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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녹색당 약진…40년만에 ‘중도’ 과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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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치러진 EU의회 선거

20년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

중도 제1·2당인 EPP·SD그룹

의석 합쳐 392석…과반안돼

“유럽연합 살려면 바뀌어야”

‘유권자가 보낸 메시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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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26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40년간 의회 권력을 장악해왔던 중도 세력이 의석의 절반도 못 건지는 결과를 얻었다. 그 틈을 비집고 녹색당과 극우 정당들이 몸집을 불렸다. 중도 지대가 얇아지고, 좌·우 양쪽으로 더 벌어지는 유럽 정치의 앞날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EU) 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새벽 발표한 국가별 개표·집계 전망을 보면,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인민당(EPP) 그룹이 전체 의석(751석)의 23.8%를 득표해 179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1당 자리는 지켰지만, 현재(217석)보다 38석이나 줄어든 수치다. 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당(S&D) 그룹도 37석 줄어든 150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두 정파의 의석을 합쳐도 329석으로 과반(376석)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두 중도 성향 블록의 과반 의석이 무너진 것은 1979년 유럽의회 선거 시작 이후 처음이다.

두 중도 블록의 표를 갉아먹은 건 녹색당과 극우 정당 그룹들이다. 녹색당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입어 이번 선거에서 18석을 늘리며 70석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극우·포퓰리즘 성향의 유럽민족자유(ENF)와 자유와직접민주주의의유럽(EFDD)은 기존보다 각각 21석, 15석 증가한 58석, 56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됐던 ‘돌풍’에는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에서 많은 표를 모은 데다, 이들과 보조해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주장하는 유럽보수개혁(ECR)의 58석까지 합할 경우 172석이나 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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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엔엔>(CNN) 방송은 선거 결과를 두고 ‘유럽연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유권자들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높은 투표율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1%를 넘어,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존 주류 정당에 염증을 느껴 갈 곳을 잃은 유권자들이 기후변화나 반난민·반유럽통합 등 저마다의 관심사에 따라 ‘극단적 대안’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 목소리를 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에서 무조건적인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브렉시트당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가운데,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자유민주당이 보수당과 노동당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도 한 예다.

문제는 ‘개혁’의 방향이다. 서로 엇갈리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상황에서, 중도표 이탈 현상은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유럽자유민주동맹(ALDE) 그룹과 녹색당이 ‘친 유럽 통합’ 성향을 보이고 있어, 1·2위를 차지한 두 중도 정당과 손잡고 기존의 정책 방향을 이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연정 구성의 키를 쥔 유럽자유민주동맹 그룹의 지도자 가이 베르호프슈타트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중도 정당 과반 체제가 무너졌다”, “우리의 도움 없이는 ‘친 유럽 통합’ 세력이 확실한 과반이 되기 어렵다”며 주판알을 튕겼다. 이와 관련, 그가 선거 전 인터뷰에서 “다른 (유럽)연합이 필요하다. 지금의 연합으로는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 것이 주목된다. 정책 방향의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럽자유민주동맹은 이번 선거에서 39석 증가한 107석을 얻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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