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2728799 0252019052752728799 02 0204002 6.0.5-RELEASE 25 조선일보 0

'사법행정권 남용' 유해용 前 대법 연구관 "검찰, 총체적 위법 수사"

글자크기
조선일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유 전 연구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27일 오전 10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와 별건(別件) 압수수색, 표적·과잉수사와 피의사실 공표 등 검찰의 수사가 위법하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표현하는 일은 사법부 역사에 유례없는 사건"이라며 "실제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뿐만 아니라, 수사 절차가 적법하고 공정했는지까지 낱낱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현직 법관에 대한 사상 초유의 수사를 진행하며 검찰도 고충이 있겠지만, 정의를 실행한다는 명분으로 정의롭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총체적 위법수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유 전 연구관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거나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그는 "판사들이 무덤덤하다가 자기 일이 되니 인권과 절차적 권리를 따진다는 비판을 뼈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15년 전부터 조서 재판 등의 폐단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겪어보니 수사 실상이 이런지 몰랐다는 것을 깨우쳤다"고 했다. 이어 "저는 감히 우리의 수사와 재판이 국가의 품격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기회를 디딤돌 삼아 판례 하나를 남기는 것이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때로는 삶이 죽음보다 구차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면서 "수사 단계에서 저는 언론에 중대 범죄자로 찍혀 만신창이가 됐고, 모든 삶이 불가역적 타격을 받았지만, 인권의 최후 보루인 법원만큼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심리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표적수사, 과잉수사 등을 얘기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던 중 유 전 연구관의 범죄 혐의가 드러났고, 고의로 중요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있어 수사에 착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맞섰다.

유 전 연구관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맡았던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안 등을 지난해 2월 퇴직하며 반환·파기하지 않고 변호사 사건 수임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박상철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등 전·현직 법관들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실장은 법원행정처 근무 당시 국민의당 관계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해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전 실장 측은 "대국회 관계 업무를 위해 친분이 있던 판사에게 재판 진행 상황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것이지, 재판부 심증을 알아내 국민의당 측에 흘린 것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사법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내부 기밀을 불법 수집하고,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전 상임위원 측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큰 다툼은 없지만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급자의 지시를 받거나 행정처 실장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이행하도록 지시받아 단순히 수행했을 뿐, 직권남용죄의 공범이 아니라 객체(피해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심 전 원장은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행정소송을 특정 재판부가 맡도록 배당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법원행정처의 요구로 자신이 담당하던 통합진보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 등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방 부장판사도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홍다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