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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황교안, 국회 등원 거부 '강공'…'식물국회' 장기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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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투쟁 대신 '정책투쟁' 제시…대여 공세 강화

文정부 실정 비판 "경제 정책 대전환 이루겠다"

패스트트랙 철회, 단독 회담 제안 현실성 없어

與, 추경 타이밍 놓치자 강공모드 전환…黃 압박

이인영, 黃에 "도대체 말이냐 막말이냐…자숙해라"

뉴시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 강당에서 '국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겠습니다'를 주제로 민생투쟁 대장정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5.27.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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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로 당장 회군(回軍)하는 대신 '정책투쟁'으로 투쟁의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가기로 해 당분간 강공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약점인 경제 실정을 파고들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비쳤다.

정치권에서는 장외투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당보다는 오히려 야당이 더 불리해 결국 '빈 손'으로 국회에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황 대표가 '장외투쟁 시즌2'를 준비하기 보다는 다가올 총선 정국에서 정책 투쟁을 통해 보수 정당으로서 선명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여(對與)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27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정책 대전환을 이루겠다며 '2020 경제대전환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좌파경제 폭정에 맞서 새로운 시장경제를 열어가는 데 있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 추진, 4대강 보 파괴 저지, 신한울 3·4호기의 조속한 건설 재개와 탈원전을 막아내는 제도 등도 황 대표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원내에서 정책 수립, 입법활동 등을 통한 정책 투쟁을 선언했지만, 국회 복귀 시점은 못 박지 않아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접었다기보다 사실상 '원외'에서 투쟁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는 "국회가 이렇게 열리지 못한 것은 누구 책임인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책임 아니냐. 우리를 국회로 못 들어가게 만든 것 아닌가"라며 "국회가 국회답지 못하고 민주적이지 못한 방식이 계속된다고 하면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를 운영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야당에서 민생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한다면 저희는 국회로 들어가서 민생을 챙기고 국민 챙기는 일을 보다 가열차게 해나갈 것"이라며 "1대 1로 만나서 제가 직접 겪은 민생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들어주시기 바란다"고 단독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이는 패스트트랙 철회 및 단독 회담을 전제로 한 국회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이지만, 당 내 온건파의 장외투쟁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가 없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패스트트랙 철회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에서 지금으로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제안인 점을 감안할 때 국회 파행의 책임을 여권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민생투쟁 시즌1'을 마친 황 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곧장 국회 등원을 지시하지 않은 만큼 국회 정상화까지는 냉각기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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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 강당에서 '국민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겠습니다'를 주제로 민생투쟁 대장정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5.27. 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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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추경안을 통과시키려 한 당초 계획이 황 대표의 장외투쟁으로 어그러진 상황에서 한국당의 국회 등원을 더 이상 재촉할 필요가 없다는 여권 내부의 기류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여당이 계획했던 추경안 통과 시점이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민주당이 오히려 조급증을 버리고 여유를 찾게 돼 국회 파행이 더 장기화 수도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민주당은 추경안 통과를 위한 국무총리의 국회 본회의 연설 시점을 27일로 잡고 한국당에 조건 없는 등원을 촉구했지만, 막상 5월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능해지자 강공모드로 돌변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외교 기밀 누설 사건과 황교안 대표의 강원도 철원 군부대 GP(감시초소) 발언을 두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해찬 대표는 "강 의원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가 기밀을 의도적으로 누설했는데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며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한국당도 공당으로써 책임지고 마땅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GP 방문 당시 '군과 정부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대놓고 항명하란 것이냐, 아니면 노골적으로 내란을 선동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도대체 말이냐 막말이냐. 자숙하셨으면 좋겠다"며 제1야당의 당대표를 공격했다.

국회 정상화가 쉽지 않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민주당과 한국당은 당분간 '강 대 강' 대치국면을 더 오래 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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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05.27. jc4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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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우리가 장내에 있든 장외에 있든 경제를 살려서 국민들 잘 살게 하는 길, 또 민생이 잘 챙겨져서 서민들 어려움 없게 하는 일, 안보를 지키는 일은 한국당이 의제를 가지고 잘 추진해왔던 일"이라며 "장외에 있더라도 경제와 민생 살리기 위한 일은 계속해나갈 것이고, 장내에 있다 하더라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입법 준비도 철저히 해나가겠다. 민생 포기하고 장외로 나간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그렇게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제1야당이 '투쟁'에만 매몰될 경우 총선 준비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지만 황 대표는 오히려 민주당의 총선 준비를 폄하했다.

그는 "대표가 된 뒤에 곧바로 보궐 선거가 있었다. 그 뒤에 패스트트랙 투쟁이 이어졌고 민생 대장정을 했다"며 "하나하나가 사실은 총선 준비다. 총선 준비의 측면이 같이 있다. 우리가 역량을 모아가는 것, 역량을 키워가는 것,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을 위해 국민들 목소리를 듣는 것, 이런 것들이 다 넓게 말하면 총선 준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필요하면 삼고초려, 오고초려해서 좋은 인재, 국민들의 마음에 흡족함을 드릴 수 있는 인재들을 찾아서 총선에 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이런 것들을 토대로 해서 구체적인 공천안도 준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대표는 또 "민생투쟁 대장정하는 동안 틈틈이 민주당 공천 관련 기사를 살펴봤는데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등 여러 점을 종합해봤을 때 민주당 공천안은 '친문(親文)일색'의 공천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저희 당은 누구를 위한 공천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천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서 반드시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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