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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찰이 범인 만들어"···지하철 성추행 사건, 제2곰탕집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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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A씨가 동생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경찰의 채증 영상을 재편집해 게재한 동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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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6월을 선고받은 남성의 형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동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붐비는 지하철에서 잠깐 스친 게 어떻게 성추행이냐"며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성추행범으로 몰아갔다"고 분노했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2의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사건 당사자의 형인 A씨가 올린 청와대 청원 글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5월 24일 서울 지하철 안에서 발생했다. 이날 경찰은 A씨와 20대 여성의 모습을 촬영해 간 뒤 A씨가 피해 여성을 8분간 추행했다며 그를 검찰에 넘겼다. A씨는 "동생은 이날 지하철 수사대에 의해 동영상을 찍힌 사실을 모른 채 한 달 뒤 경찰서에 불려간 뒤 11월 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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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동생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경찰의 채증 영상을 재편집해 게재한 동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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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동생이 구치소에서 5개월 넘게 옥살이를 했지만 인터넷에 영상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항소심에서 결백을 입증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5월 7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원심을 인용해) 대법원까지 가지도 못할 것 같다. 이제 여러분의 도움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무릎 꿇고 빈다. 동생은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A씨는 동생의 유죄 증거로 사용된 경찰 채증 동영상 여러 편을 동시 편집해 동생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채증 동영상을 찍은 철도 경찰 3명이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처음부터 동생과 피해자 사이를 밀착시켜 성추행 증거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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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동생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경찰의 채증 영상을 재편집해 게재한 동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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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편집한 동영상에 따르면 채증 카메라를 든 경찰 3명은 피해자와 A씨의 동생이 지하철을 타기 전부터 이들 주위엔 포진해 있었다. 만원인 지하철 안에서도 경찰들은 피해자와 A씨 동생 주위에서 이들을 집중 촬영했다.

A씨는 먼저 동생의 유죄 근거가 된 접촉 장면을 세 각도에서 동시에 보여주며 "한쪽 각도에서는 닿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각도에서는 닿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그런데 닿는 것처럼 보이는 각도에서 촬영된 동영상이 유죄의 근거로 쓰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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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동생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경찰의 채증 영상을 재편집해 게재한 동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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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피해자의 겨드랑이 부위에서 A씨 동생의 새끼손가락이 움직인 것에 대해서는 "동생이 오랫동안 기타를 치면서 생긴 손버릇"이라며 "실제로는 닿지 않았고 잠깐 닿을 때는 열차가 멈출 때 반동에 의해서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오히려 피해자의 어깨와 몸에 밀착돼 있던 건 경찰"이라며 피해자의 어깨를 겨드랑이로 누르는 경찰의 모습을 제시했다. 경찰이 성추행 증거를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을 밀착시키려 했다는 게 A씨와 동생의 주장이다.

항소심 기각 근거로 사용된 '피해자의 시선 경고'도 반박했다. 영상에서 피해자는 A씨의 동생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작 A씨가 정면으로 쳐다본 건 경찰의 카메라라는 것이다. A씨는 "A씨가 경찰 카메라를 보자 경찰이 놀란 듯 카메라를 내렸다"며 카메라 렌즈가 급히 바닥을 향하는 장면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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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동생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경찰의 채증 영상을 재편집해 게재한 동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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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당신이 지하철로 출근하는 남성이라면 당신은 이미 찍혀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모르고 여러분도 출근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찰의 카메라에 찍혀 한 달 뒤 조사를 받고 성추행범이 될 수 있다"며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당신을 한 달 후 경찰이 불러서 가면 성범죄자가 되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썼다.

A씨는 동생의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인 지난 24일 이 글과 동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해당 글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새로 도입된 원칙에 따라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심사를 거쳐 27일 오전 10시쯤에 공개됐다. 해당 게시물이 공개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5만 2000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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