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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N칸리뷰] 황금종려상 '기생충',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봉준호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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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기생충' 스틸 컷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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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뉴스1) 정유진 기자 =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참 재밌는 영화다. 영화의 소재가 주는 사회적인 메시지나 영화예술적인 성취 등을 차치하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는 점이 매력이다. 실컷 웃게 만든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관객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기생충'은 참 대중적인 영화인데,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끝날 때쯤엔 가슴 속에서 '짠한' 무엇인가가 피어올라 마음에 퍼진다. 이런 면에선 봉준호스럽다.

지난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각, 한국시각 22일 오전 5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 공식 상영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기생충'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모든 국가들의 숙제인 양극화를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 영화였다.

영화는 햇살 비치는 창가에 걸린 꼬질꼬질한 빨래들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이 양말들의 주인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이다. 부부는 몇 번의 사업 실패로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 중이고, 성인이 된 아들 기우(최우식 분)와 딸 기정(박소담 분)도 백수 생활 중이다.

그런 가운데 아들 기우가 명문대생 친구의 소개로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 분) 딸의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박사장의 집에는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 연교(조여정 분)와 고등학교 2학년 딸 다해(정지소 분), 엉뚱하고 산만한 초등학생 아들 다송(정현준 분), 그리고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이 살고 있다.

이후 영화는 백수 가족과 부자 가족이 뒤엉키면서 벌어지는 예상못한 사건들로 관객들을 끌고 간다.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기괴한 지점들에 봉준호 감독의 개성이 묻어있다. 송강호부터 시작해 장혜진 최우식 박소담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등 배우들은 이 기괴한 인물들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더불어 어긋나는 순간들이 만드는 유머와 슬쩍 등장했다 사라지는 맥거핀에도 봉준호 감독의 인장이 찍혔다.

풍자극의 성향을 띄는 '기생충'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사실주의적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캐릭터나 이야기를 축소하기도, 과장하기도 하면서 영화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 간다. 때로는 스릴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블랙 코미디가 되기도 하는 이 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을 통해 '정점'에 달한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

'기생충'은 잘 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영화다. 감독이 설계한 정교한 설계도는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를 완성하는 기초가 됐으며, 배우들의 연기를 받쳐주는 훌륭한 틀이 되기도 했다. 설계도의 중심에는 '양극화'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불합리한 현실의 구조 속에서 위기에 내몰린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기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행위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과연 기생인가' 묻는 질문의 답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러닝타임은 131분이며, 30일 국내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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