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현직 검사장 "수사권 조정안, 해경 해체와 뭐가 다르냐"

댓글 10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 국회의원 전원에게 A4 14장 분량 '이메일'

검찰 수사 문제는 공안·특수 분야인데 엉뚱한 곳 손대

총장 임면도 현 시스템 아래서는 객관성 담보 어려워

CBS노컷뉴스 최철 기자

노컷뉴스

송인택 울산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지난 28일 밤, 국회의원 전원에게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장문의 이메일을 통해서다.

현직 검사장이 국회의원 모두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먼저 송 지검장은 "지금의 수사권 조정안은 표만 의식해서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세월호 참사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며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그는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 등에서 시작된 개혁논의가 방향성을 잃고 수사권 조정이라는 밥그릇 싸움인 양 흘러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송 지검장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 보고체계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 권력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작금의 개혁안들이 마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또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검찰 수사의 문제점으로 여러번 지적됐던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진단과 수술은 제쳐놓고, 무턱대고 수사권을 경찰에게 이관하는 시도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송 검사장은 "검사들은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이 환부가 아닌 엉뚱하게도 멀쩡한 다른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송 지검장은 그럼에도 이런 안이 계속 추진된다면 "집권시 정권의 칼로 검찰을 계속 활용하고 싶은 여야 정치권의 속마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검찰의 이해와 통제받지 않고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경찰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위선이거나, 평소 검찰에 대하여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보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송 지검장은 현 검찰은 구조적으로 인사권을 쥔 정권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적 폐해'를 손봐야한다는 것이다.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은 권력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라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면서 "총장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코드에 맞는 분이나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총장이 되고, 결국 총장은 임명권자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 지검장은 "대통령의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고, 정치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검찰이나 법무부 밖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검사인사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며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판사에 대한 인사제도와 달리 검사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정작 업무 수준은 검사에게 판사와 같은 정도로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송 지검장의 이메일에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물론 검찰의 권력구조에도 쓴소리를 내는 등 현직 검사장으로서 하기 쉽지 않은 발언들이 여럿 담겼다.

문무일 검찰총장에 이어 현직 검사장까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내놓으면서 검찰 내부의 추가 움직임은 물론 향후 여론의 향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