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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값에 세금은 절반… 액상형 전자담배 ‘쥴’ 과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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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한국에 출시된 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 쥴 랩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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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계의 아이폰’이라 불리며 미국 시장을 잠식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담뱃세 과세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쥴의 판매 단위인 팟(POD)의 가격은 일반 담배 및 궐련형 전자담배 1갑 가격과 같지만, 담배별로 과세 방식이 다르다 보니 쥴에 붙는 세금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담배시장에서 서로 대체 관계에 있는 만큼 액상형 전자담배도 다른 경쟁 제품과 같은 수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 한편으로, 핵심 유해물질인 니코틴의 함유량 등이 다른 만큼 차등과세가 정당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정부는 판매량이나 유해성 등을 살펴본 뒤 과세 체계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쥴 담뱃세, 일반 담배의 절반 수준

26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쥴의 팟 1개 가격은 4,500원으로 일반 담배 1갑 가격과 같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일반 담배의 50%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는 현행법상 일반 담배는 1갑(20개비) 기준으로 과세되는 반면 쥴을 비롯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량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담뱃세는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여러 법령에 근거한 7개 세금을 합산하는데, 담배소비세의 비중이 가장 크고 이에 비례해 국민건강증진기금, 개별소비세, 지방교육세가 결정된다. 이처럼 담배소비세가 전체 담뱃세 수준을 좌우하는 구조인데, 담배소비세의 근거법인 지방세법은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1갑을 기준으로 각각 1,007원과 897원의 담배소비세를 부과하고 이에 따라 총 담뱃세도 각각 3,323원과 3,004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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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유형별 과세 구조. 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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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방세법상 액상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유량을 기준으로 과세된다. 니코틴 용액 1㎖당 담배소비세는 525원으로 일반 담배의 절반 수준이다. 쥴은 팟 1개에 니코틴 0.7㎖이 함유돼 있어 담배소비세가 440원이고, 이에 따라 전체 담뱃세는 일반 담배의 절반인 1,670원이 된다. 같은 가격에 팔리는 담배 제품 간 세금이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앞서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가 처음 국내에 출시된 2017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초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초 고형물’로 분류돼 담배소비세가 1g당 88원, 1갑(연초 6g)당 1,739원이 각각 붙었다. 이를 두고 과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와 국회는 법률 개정을 통해 지금처럼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 기준을 신설했다.

◇신중한 정부 “유해성 측정이 우선”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형평 과세 요구가 재연되자 반론도 적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쥴의 세율을 높이면 판매가격 인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궐련형의 담뱃세를 올렸을 때도 판매사인 필립모리스는 담배 1갑 가격을 200원(4,300원→4,500원) 인상해 세금 인상분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일각에선 담뱃세가 흡연 유해성을 염두에 둔 ‘징벌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들어, 니코틴 함유량에 따라 차등과세하는 게 정당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양순필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다른 부처와 함께 판매량, 유해성 등을 검토한 뒤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신중론에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다른 유형의 담배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고민’이 작용하고 있다. 가격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팟 1개’과 ‘담배 1갑’을 동일선상에 놓고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쥴의 국내 출시에 따라 제품 성분 분석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신종담배의 유해성분 정보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담배 성분 분석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식약처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담배 성분 분석법과 독성ㆍ의존성 평가법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20개 성분을 측정할 계획이다. 이 결과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나아가 과세 논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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