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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검찰 과거사위 18개월… 징계 처벌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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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17개 사건 조사 마무리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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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번 주 용산참사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1년 반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검찰의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에 대한 조사를 통해 검찰 조직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등의 성과도 없지 않았으나 강제수사권 부재로 인한 태생적 한계도 노출시켰다. 특히 과거 수사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나 처벌이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사위는 이번 주 중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용산참사 등 남은 3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의결하고 활동을 종료할 계획이다. 앞서 14개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 후 심의를 마친 상태라 다음 주 3건까지 의결하면 조사 대상 17개 사건에 대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활약으로 의심스런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권고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과오를 확실히 밝힌 사건에서 당시 수사 담당자, 특히 검사에 대한 처분은 한 건도 권고하지 않았다. 최근 조사결과를 발표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경우, 검경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은폐시도가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수사담당자들에 대한 징계권고는 없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나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 등에서도 검찰권을 남용한 범죄사실이 밝혀졌지만, 과거사위는 검찰총장의 사과나 제도 개선 등의 권고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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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과거사위 주요사건 심의결과 및 권고사항/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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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나 처벌을 가로막은 큰 걸림돌은 시효다. 검사징계법에 규정된 검사의 징계 시효는 3년.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경우에는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5년까지도 가능하다. 직권남용 등 범법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징계시효 보다는 길다. 하지만 과거사위가 선정한 사건들 대부분이 1980~90년대에 발생했기 때문에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도 묻기 힘든 상황이다. 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사 대부분이 퇴임했지만, 현직에 남아있다 해도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어진 셈이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용산참사도 다를 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무기구인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내에서는 수사담당 및 지휘 검사들의 실명이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신상털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어 보고서에 ‘부산지검 이OO’ 등으로 적시하는 데 그쳤다.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시효가 남아있었다면 재수사를 권고하기 이전에 징계책임을 물었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과거사 사건의 한계”라고 털어놨다.

이에 법조계에선 지난해 9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왜곡죄’ 도입에 주목하고 있다. 법왜곡죄는 법관이나 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처리에 있어 법을 왜곡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든 때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심 의원 등은 법왜곡죄의 공소시효 적용을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함께 제안했다. 과거사위 또한 KBS 정연주 사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서 법무부가 이 법의 입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수사에 대한 압력과 청탁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도리어 판검사들을 보호하는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왜곡죄가 악용돼 판검사들이 사건 당사자 등의 고소고발에 시달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입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금 발의된 법안은 범죄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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