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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는 품절"… 금·달러·채권으로 쩐의 3대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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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종로의 다섯 평(약 16.5㎡) 남짓한 한 민간 금 거래소는 한산했다. 오후 2시부터 30여 분간 사무실을 찾은 손님이 2명에 불과했다. 이 거래소는 주로 금을 매입하는데,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을 팔러 찾아오는 손님들로 붐볐지만 최근 들어 발길이 뜸해졌다고 했다. 사무실 직원은 "금값이 오르니 사겠다는 손님은 있어도 팔겠다는 손님이 없어 오히려 거래가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강(强)달러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양국이 상대국에 고율의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글로벌 교역이 줄고, 수출 중심의 신흥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 금, 달러, 채권 등 전통적인 안전 자산으로 몰려가고 있다.

◇금값 고공 행진에 골드바 품귀 현상까지

시장에 불안 심리가 퍼지면서 특히 실물 골드바(금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금은 자산 가치가 시장 상황의 변화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데다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 자산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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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시중은행 4곳(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의 5월 골드바 판매액은 107억4000만원(22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에는 4개 은행에서 골드바 24억6000만원어치가 팔렸는데, 2월에는 32억9000만원, 3월 37억1000만원, 4월 81억7000만원으로 매달 판매 규모가 크게 늘어났고 이달에는 월말이 되기 전에 이미 1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지난 15일부터 미니 골드바(100g 이하 소형 금괴)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공급 물량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민간 금 유통 업체인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전무는 "최근 골드바 수요가 평년보다 2~3배가량 늘어나면서 공급 물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다 원화 약세 현상까지 겹치면서 국내 금 가격은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 24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1g당 4만9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6개월 만에 10.4% 오른 것이다. 지난 16일에는 금값이 4만9700원까지 뛰면서 2년 10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예금·채권펀드에도 뭉칫돈

글로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또한 투자자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국내 기업 수출이 감소하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면서 원화 약세(달러 가치 상승)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 5곳(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달러화 정기 예금은 이달 22일 기준 129억2700만달러로, 1개월 전에 비해 6400만달러 늘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부분 금융 전문가들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180원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실제 환율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95.7원으로 마감했다. 이후 정부의 외환시장 구두 개입으로 환율 상승세가 간신히 멈춰 서긴 했지만,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점치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다. 지난주 환율 종가(24일 기준)는 1달러당 1188원으로, 여전히 119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달러 예금뿐 아니라 달러 채권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안전 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미국 금리는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공모 펀드 시장에서도 주식형 펀드에 비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채권형 펀드가 강세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순자산은 6조7550억원, 해외 채권형 펀드는 1조330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6980억원만 순유입되고,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무려 1조7670억원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 레이트 사이클(경기 확장기의 후반)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전 자산을 늘려 안정성 확보에 나선다"며 "금과 달러, 채권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우 기자;정경화 기자(hw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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