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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대한 배우가 없었다면…" 봉준호의 남자,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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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주역 '봉·송 콤비'

무명 배우와 조감독으로 만나 '괴물' '기생충'까지 17년 함께해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는 25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걸려옵니다. '시상식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은 게 낮 12시 40분. 정말이지 40여분 동안 전화를 기다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배우 송강호)

25일 폐막식 직후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기자실로 찾아와 수상하기까지 겪은 일들을 털어놓았다. 송강호는 "시상식에 앉아 있으면서도 사실 초조했다. 한 명씩 이름이 먼저 불려 나올 때마다 경쟁자들이 하나씩 사라지더라. 마지막 즈음에야 봉 감독과 눈을 마주치면서 '뭐야, 우리만 남았네?' 했다"며 웃었다. 자신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보다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봉 감독은 "(오늘 수상은) 축구나 월드컵에서나 나오는 현상인데 쑥스럽다. 판타지 영화같이 초현실적인 느낌?"이라며 "이 순간을 송강호 선배와 함께해 더욱 기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건 17년 전쯤이다. 송강호는 영화 '모텔 선인장'에 출연하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당시 조감독이던 봉준호와 이때 처음 만났다. 당시엔 배우들이 오디션에 떨어져도 영화사가 따로 공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한데 송강호는 이때 긴 삐삐 메시지를 받는다. "이번 작품에선 송강호씨를 캐스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좋은 기회를 만나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란 내용으로 봉준호 당시 조감독이 연락해온 것이다. 송강호는 이 메시지에 진심과 정성을 느꼈고, 훗날 스타가 되고 나서도 봉준호가 '살인의 추억'에 출연해달라고 연락해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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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촬영 현장에서 봉준호(맨 오른쪽)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배두나, 송강호, 박해일. /청어람


반면 봉 감독은 송강호를 또 다른 마주침으로 기억한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가 흥행에 실패해 의기소침해 있을 때 한 모임에서 송강호와 마주쳤는데 "영화 정말 잘 봤다"고 인사를 건네더라는 것. 소심하지만 다정하고, 조심스럽지만 예리하게 상대를 관찰할 줄 아는 두 남자는 그렇게 강력한 콤비가 된다.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괴물' '설국열차'를 함께했고, '기생충'까지 찍었다.

송강호는 진정한 '칸의 남자'이기도 하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 보고회에서 그는 "내가 칸 영화제에 갈 때마다 그 작품이 상을 받는 전통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밀양'(2007)은 배우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2009)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번에도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데 기여했다. 봉준호 감독은 25일 시상식 후 진행된 포토콜 행사에서 무릎을 꿇고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을 건네는 자세로 감사를 표했다. "이 위대한 배우가 아니었으면 제 영화는 한 장면도 완성될 수 없었습니다."

[칸=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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