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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동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 ‘K 콘텐츠산업’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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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 강력 반발 / “성급한 판단… 질병코드 지정 반대 / 게임·콘텐츠산업 뿌리가 흔들릴 것” / 29일 국회서 공동대책준비위 출범 / 게임, 韓 콘텐츠산업 수출 56% 차지 / 각국 규제 강화땐 수출길 막힐 수도 / 2025년 국내외 매출 4兆 손실 추정

세계일보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Z:PC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함께하는 스타크래프트 PC방 파티’에 참가한 스타크래프트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하자 국내 게임업계가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질병코드 지정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WHO가 이날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중독에 질병 코드를 부여함에 따라 각국은 2022년부터 질병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게 되며,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된다.

공대위는 WHO의 이번 조치로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정부가 관련 규제를 도입하거나 강화할 것을 우려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근거가 없어 계류되거나 인준받지 못했던 게임을 규제하는 다양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국회 면담, 관계 부처 공식서한 발송 등 국내 도입 반대운동 실행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세계일보

게임은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대표적인 업종이다. 2017년 기준 전체 콘텐츠산업의 매출(110조5000억원) 가운데 11.1%가 게임으로, 방송(18.8%)보다는 적지만 음악(5.2%)이나 영화(5.0%)보다도 많다. 특히 전체 수출(68억9000만달러, 약 8조1853억원)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56.7%에 달해 방송(7.2%), 음악(6.6%), 영화(0.6%)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게임질병코드가 도입되면 광고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수출 장벽이 생겨나 매출과 생태계 전반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게임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광고 규제가 강화되면 게임이 출시됐다는 사실을 알릴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게임이 질병이라는 이유로 각국이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게 되면 수출길도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덕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이 게임 제작·배급 업체 147곳(전체 매출 95% 차지)에 직접 설문한 결과 국내 매출 손실은 2023년 1조819억원, 2024년 2조1259억원, 2025년 3조13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해외 매출 손실은 2023년 6426억원, 2024년 1조2762억원, 2025년 1조9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종사자 수는 질병 코드화하지 않는 경우 2025년 3만7673명까지 증가하지만, 질병 코드화하는 경우 그 절반 수준인 2만8949명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WHO의 진단기준은 중독의 핵심적인 증상인 내성과 금단증상 등을 제거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설명한다”며 “게임이 질환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가 규정되지도 않았고, 예상되는 부작용 등에 대한 연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주관적인 시도”라며 “앞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심화하고 이용자는 물론 종사자들이 자괴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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