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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는 풀려나고 대리는 구속기소…지난해 5월5일 삼바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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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지난 25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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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62)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구속영장이 지난 25일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법원은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모(54)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 박모(54)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의 구속영장은 각각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태한 대표 구속 기각 사유로 “작년 5월5일 회의의 소집 및 참석 경위, 그 후 이뤄진 증거인멸 내지 은닉행위의 진행 과정, 김 대표의 직책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토요일이었던 지난해 5월 5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해 5월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바의 콜옵션을 고의로 공시에 빼뜨린 행위를 지적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하는 회의를 진행하기 직전이다. 검찰은 이날 삼성전자 옛 미래전략실 후신인 사업지원TF 임원 등 고위 인사가 모여 증거 인멸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삼바는 2012년 2월 미국 기업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지분 85대15 비율로 설립했다. 당시 바이오젠이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주식매수권(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증선위는 삼바가 2012~2014년 콜옵션의 존재를 공시 주석에 표기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5월 9일 금융위는 해당 의혹을 다루는 회의를 법정 재판 형식의 대심제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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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에 걸려 흔들리는 사기.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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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 수사는 지난해 5월5일부터 올해 초까지 삼바와 에피스가 증거를 인멸한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바 공장 바닥 마루를 뜯고 서버와 노트북을 확보했다. 삼바와 에피스 보안담당 직원들이 다른 직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칭하는 ‘JY’를 비롯해 ‘VIP’ ‘합병’ ‘미전실’ ‘오로라’ 등 단어를 검색해 삭제한 정황도 파악됐다.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라는 이름의 폴더 내 파일 2100여개 중 상당수를 복원했고, 이재용 부회장 육성이 담긴 파일도 재생시켰다.

검찰은 특히 삼성 수뇌부들만 알 수 있는 콜옵션 관련 극비 프로젝트 ‘오로라’라는 단어도 포함되는데 주목하고 있다. 최고위직 지시 없이는 알기도 어렵다는 단어라는 의미다. 증거인멸 과정에서 서버를 마루 바닥에 묻는 데 관여했던 30대 삼바 보안담당 대리급 직원 안모씨는 지난 24일 구속기소됐다. 그는 구속 뒤 “알아서 했다”는 기존 진술을 바꿔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지난 5일 체포돼 20일 이상 수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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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신축 건물 주변에 둘러진 임시 벽.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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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로 드러난 제일모직 가치 부풀리기 정황이 변수로 등장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실체가 불분명한 바이오사업부(신수종사업) 영업가치를 3조원 가량으로 평가했다. 현재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에버랜드 동식물과 활용된 사업에 이름을 붙여서 합병에 유리한 조건을 허위로 만들어냈다는 게 심 의원의 시각이다. 검찰도 삼바 분식회계와 함께 에버랜드 동식물 활용 사업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중요한 맥락이라 보면서 해당 의혹도 병행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주 초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팀장(사장)은 증거은폐를 계획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인 정 사장은 이 부회장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동문으로 그룹 내 최측근으로 통한다. 정 사장 진술은 이 부회장의 소환 여부를 저울질하는 수사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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