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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생태 사파리? “감옥은 감옥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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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노예 동물들의 섬, 제주 ④

조천읍 곶자왈 인근에 17만평 규모 사파리 건립 예정…“아이들도 반대하는 시대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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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는 관광지라는 이름 아래 시대착오적인 동물 쇼가 매일, 매 시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은 4월29일~5월1일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쇼, 전시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러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노예 동물들의 섬, 제주’를 네 차례에 이어 싣습니다.

① 제주도 쇼 코끼리의 잃어버린 19년

② 돌고래 체험 어디에도 ‘교감’은 없었다

③ ‘흑돼지쇼’는 달리기 지옥이었다

④ 제주의 생태 사파리? “감옥은 감옥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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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가 동물이라면 사람들에게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동물이 원해서가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잡혀 와 갇혀 있다고 얘기해줄 거예요.”

지난 1일 ‘애피’가 찾은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동네였다. 짙은 안개가 낀 희끄무레한 공기 사이로 수풀이 우거져 있고, 지붕 낮은 집 여러 채가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한적한 마을 어느 집에 아이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아이들의 뜻은 분명하고 단순했다. 학교 마치면 몰려다니며 놀다가 해 떨어지기 직전 제집에 찾아 들어가는 이 동네 아이들은 마을에 대형 동물원이 들어오는 게 결코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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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에 17만평 동물원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대명레저산업이 제주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약 17만평) 부지에 약 1700억원을 투자해 진행 중인 사업이다. 예정된 부지는 학교에서 약 1km 떨어져 있다. 제주 특유의 자연 생태계인 곶자왈이 잘 보존된 지역이기도 하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통과된 상태로, 도에서 최종 개발사업 승인을 하고 주민 동의가 이뤄지면 행정 절차에 따라 공사가 집행될 예정이다. 대명그룹 쪽은 2021년 4월 개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동물원에는 총 23종 524마리 동물이 들어올 예정이며 사자, 호랑이, 곰 등 맹수는 52마리가 수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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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게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계획은 갑작스럽다. 원래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07년 당시, 현재 기획 중인 대형 동물원이 아닌 제주 말 산업 육성을 위한 테마파크 조성 계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사업 진척이 더뎌지며 제주 토종기업이었던 제주동물테마파크의 소유권이 대명레저산업으로 넘어갔다.

주민들은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 계획이 환경영향평가를 꼼수 통과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2007년 당시와 비교하면 사업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기한을 한 달 앞두고 재착공을 통보해 심의를 피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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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형 생태사파리”?


해당 지역인 선흘2리에는 아이들까지 7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산다. 주민들은 지난달 9일 주민 총회를 열고 투표를 했다. 77%가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주민 이진희씨는 “비가 억수같이 노는 날이었는데도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이 마을은 생태적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반대 의견을 낸 주민들은 동물원이 거문오름 옆에, 람사르습지 지역 가까이에 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주민 이상영씨는 “마라도 면적(30만㎡) 두 배에 가까운 규모로 동물원이 들어오는 셈이다. 주민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동물원이냐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대명에서 마을에 수억 원의 돈을 주겠다고 하고, 외국 동물원 관광을 시켜주겠다며 회유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 당시) 기업이 밀양에서 주민들을 회유, 압박한 방식 그대로”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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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건립 계획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명은 “주민들의 우려와 다르게 동물의 생명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제주동물테마파크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명은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케이지에 갇힌 동물이 있는 곳이 아닌 “동물의 생태를 고려해 관람객이 숨어서 관람하며, 동물의 자유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선진형 생태 사파리”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들여오는 동물들은) 아프리카 야생에서 포획한 개체들이 아니”며 “유럽, 동남아시아, 호주 등에 있는 동물원에서 번식한 동물”이라고 밝혔다. 대명그룹 관계자는 “야생동물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고, 멸종위기종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환경과 함께 조성된 동물원이 동물보호에도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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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어”


이에 대해 제주동물테마파크 문제로 지역 주민과 연대하고 있는 카라 신주운 활동가는 “유리 벽이나 철창을 세우지 않았다고 해도, 아무리 넓다고 해도 동물이 갇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신 활동가는 “야생동물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번식이 어렵다. 국내 동물원 가운데 서식지 외 보존기관으로 지정된 경우에도 인공증식을 실패한 사례도 있다”며 “사익을 추구하는 목적이 뚜렷한 곳에서 동물원의 종보전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대명이 제공한 주민설명회 자료를 보면 사자(20마리), 호랑이(10마리) 등 맹수류 외에도 동물원 사육에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진 대형 초식동물(코끼리 4마리, 코뿔소 4마리, 기린 6마리), 야생에서 활동 반경이 넓은 일반 초식동물(얼룩말 25마리, 엘크 40마리 등)이 포함돼 있다. 설명서에 따르면 ‘관람객이 숨어서 보는 동물 중심의 동물원’을 내세우는 한편 ‘직접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줄 수 있는 근접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모순된 계획안이 쓰여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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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반대하는 이유


지난해부터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고은영 녹색당 미세먼지기후변화대책위원장은 “제주는 현재 과잉관광의 부작용에 주민들이 삶의 불편을 느끼고 있는데, 제주동물테마파크 또한 제주에 살지도 않는 동물을 데려다 전시하면서 실제 사는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는 또 다른 형태의 난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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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물테마파크 인근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는 전교생이 42명이다. 전교생 모두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아이들은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피켓을 직접 그려 지난 3월부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자와 호랑이는 선흘이 아니라 초원에서 살아야 해요”라고 쓰인 피켓을 배경으로 학부모 이진희씨가 말했다. “어쩌면 아이들이 순수하게 이 문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요. 동물이 행복하지 않다면, 사람도 행복할 수 없다는 거죠.”

제주/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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