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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 '콩'인데 누군 30만원, 누군 425만원…"배상기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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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h 충돌, 초등생 놀이기구 수준…거의 다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교통체증으로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는 시내의 한 도로. A씨의 승용차도 이 답답한 흐름에 섞여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A씨의 차는 앞차와 '콩' 부딪혔다. 충격은 거의 주지 않았지만, 과실비율 100% 추돌이었다.

앞차 운전자는 목덜미를 움켜잡고 내렸다. 즉석에서 '보험 처리'로 합의하고, 보험사에 대물·대인 모두 접수했다. 범퍼 수리 견적이 45만원 나온 경미사고였다. 그런데 대인 보험금으로 425만원이 지급됐다.

A씨는 자신의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과다 지급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은 26일 '경미사고 대인배상 지급 기준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의 2016년 7∼11월 경미손상 사고 2만118건을 분석했다.

경미사고는 대물사고를 기준으로 도입됐다. A씨 사례처럼 긁히고 찍히거나 조금 찌그러진 정도의 사고는 부품 교체 대신 복원수리비만 주도록 한 것이다. 2016년에 범퍼가 적용됐고, 올해 5월부터 문짝, 흙받기, 후드 등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외장부품으로 확대됐다.

이런 경미사고 중 3천903건은 상해등급이 가장 낮은 14등급이 나오거나, 아예 병원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같은 경미사고에 상해등급 14등급인 어떤 사고는 대인배상 보험금이 30만원만 지급된 반면, 3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었다.

전 연구위원은 "유사한 충격을 유발한 사고에서도 인적·물적 배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고의 개별적 특성 때문일 수 있으나, 도덕적 해이와 보상심리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미사고를 일으키는 시속 3∼7㎞로 충돌하면 초등학생용 놀이기구를 타다 발생하는 정도의 충격을 받는데, 이런 사고에서 운전자가 다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국내외 연구 결과라는 것이다.

비슷한 사고에서 배상액에 큰 편차가 생기면서 자동차보험 배상은 금융소비자 민원의 '단골'이 됐다.

최근 3년간 금감원에 접수된 자동차보험 민원 1만1천799건 중 보상 관련 민원이 1만322건이었다. 이 가운데 대물보상 민원이 6천743건(경미사고 비중 15.8%), 대인보상 민원이 3천579건(경미사고 비중 26.2%)이다.

전 연구위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 자료를 검토해 손보사에 통보하면 병원에 치료비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기준으로 향후 치료비나 합의금을 지급하는 근거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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