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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회견 전문]“‘봉준호 자체가 장르’ 코멘트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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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기자회견]

“한국영화 탄생 100년 맞아 칸이 큰 선물 줬다”

“‘기생충’은 전세계적, 보편적 영화라고 생각”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는 평가에 무척 기뻐”

“어느날 갑자기 내가 한국영화 만든 게 아니라

김기영처럼 한국 명감독들 많아…널리 알려지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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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영화의 팬이자 장르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정말 기쁘다.”

25일(현지시각) 72회 칸국제영화제 수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장르영화 감독"인 자신이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것 자체가 놀랍고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변이 아니었다. 21일 칸에서 첫 상영을 마친 뒤, 이 작품은 평단으로부터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영화 중 한편’으로 손꼽히며 황금종려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최고”(<인디와이어>)라는 평은 물론이고 “사회 풍자에서 블랙 코미디로, 블랙 코미디에서 공포 영화로, 공포 영화에서 재난 영화로 넘어가는 모든 과정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게 제어하고 있다”는 프랑스 일간지 <파리 마치>의 평처럼 장르적 독창성을 높이 사는 이들도 많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와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임에도 <기생충>이 전하는 메시지가 전 세계 영화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한 일본 기자는 “봉 감독은 이 영화가 한국사람이 보아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지만, 모두가 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며 이 영화가 왜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는지 봉 감독에게 물었다. 그는 “엄살을 좀 떨었다”며 “해외에서 먼저 영화가 소개되지만, 한국에서 개봉할 때 우리(한국사람)끼리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보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고 답했다. “매우 보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시나리오의 매력을 높이 평가하며 작업 방식을 궁금해하는 외국 기자도 있었다. 봉 감독은 “항상 커피숍 구석 테이블에 앉아 시나리오를 쓴다”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음으로부터 많은 영화적 자극이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칸영화제가 한국영화계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는 소감도 전했다. 또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지만, 이 작품은 어느날 갑자기 탄생한 영화가 아니라 김기영 감독과 같은 한국의 위대한 감독들의 전통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며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의 영화 마스터들이 더욱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수상 기자회견 전문

-정말 멋진 영화였다. 칸영화제 오기 전에 이 영화는 한국사람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 오니 모두가 다 좋아했다. 당신은 왜 이 영화가 도메스틱(한국적)하다고 생각했나?

“미리 엄살 좀 떨었다. 그때 그 장소가 한국 기자회견 장소였는데, 일단 칸영화제 출품작이라 해외에서 먼저 영화가 소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한국에서 개봉할 때 우리끼리 킥킥거리면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 그런 걸 강조해보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자에 관한 이야기고. 가족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당연히 전세계적, 보편적으로 이해되리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다.”

-황금종려상 첫 한국 수상자로서, 한국에 있는 젊은 감독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또 포스터 디자인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금년도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계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포스터 디자인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디자이너가 훌륭한 사람이고, 한국의 영화인이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포스터 등 여러 훌륭한 포스터들을 만들어냈다. 멋진 센스를 가진 디자이너다. ”

-이번 수상은 봉준호 감독 영화의 쾌거다. 한국영화의 쾌거이기 이전에 장르영화의 쾌거였다고 봅니다. 장르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질문을 해줘서 되게 고맙다. 난 이번에 <기생충>이란 영화도 내가 계속해온 작업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비록 제가 장르의 법칙을 이상하게 부서뜨리기도 하고. 장르를 가지고 이상하게 뒤섞거나 여러 유희를 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장르영화 감독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황금종려상 받게 된 것 자체가 놀랍고, 내 스스로도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심사위원장께서 ‘전원 만장일치였다’고 해서 정말 놀랍고 기쁘다. 저 역시 장르영화의 팬이자 장르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되게 기쁘다. ”

-영화를 본 뒤 ’봉준호 감독 자체가 장르다’ 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영화를 보니 봉 감독 전작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더 나아갔다는 생각도 든다. ‘봉준호 유니버스’ 안에서 이 작품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유니버스라고 하면 이건 마블 영화 하시는 분들이 잘 아는 세계인데(웃음) 일단 저의 7번째 영화로, (앞으로) 8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아까 말씀하신 그 멘트,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는 멘트를 한 매체가 있는데. 이번 영화제에 와서 들은 멘트 중에 가장 저로서는 감격스러웠고. 또 듣고 싶었던 코멘트라고 해야 할까, 되게 기뻤다.

-멋진 영화였다. 이 영화는 굉장히 메시지가 많다. 특히 북한 앵커를 흉내 내는 장면 등 북한에 대한 유머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이 영화의 한 여자 캐릭터가 북한 티브이 뉴스 앵커를 흉내 내는 신이 있는데. 정치적으로 심각한 메시지라기보다 조크, 영화적 농담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에 스탠드업 코미디 하는 분들이 그런 거 많이 하기도 하고, 한국에 익숙한 유머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가 황금종려상 받은 이유 중에는 시나리오가 굉장히 알맞기 때문이었을 거다. 감독님은 굉장히 다양한 장르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시나리오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하나? 창의적인 라이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저는 시나리오를 항상 커피숍에서 쓴다. 커피숍 구석 테이블에 앉아 쓰는데. 제 뒤쪽에서 사람들 소음이 들려온다. 그런 거에서 여러가지 자극이나 아이디어를 얻어서 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대사나 장면이 어떤 장르적 분위기인지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찍고 완성하고 나면 저도 고민을 한다. ‘이 장르가 뭐지?’ 저도 한번 의문을 가져보긴 한다.

-올해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순간이다. 한국영화계 전체에도 큰 사건인데. 앞으로 봉 감독의 수상이 한국영화계에 새 흐름 만들 수 있고 자극이 될 것 같은데 (한국영화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길 바라는가?

=2006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김기영 감독님의 대규모 회고전에 참가한 적 있었다. 그때 프랑스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봤다. 제가 이렇게 황금종려상 받고 기생충이란 영화가 관심받게 되었지만, 제가 어느날 갑자기 혼자 한국영화 만든 게 아니고. 김기영 감독님처럼 많은 한국영화 역사엔 위대한 감독들이 계시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했던 회고전처럼 한국영화의 역사를 돌이켜볼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구로사와 아키라, 장이머우 등 아시아의 거장들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올 한해를 거쳐서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칸/장영엽 <씨네21> 기자 evans@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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