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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회성 발달" vs "위생 우려"…'모래놀이터' 향한 엇갈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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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서울 종로·양천구 모래놀이터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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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를 찾은 아이들. 양천구 제공


“여기 근처에 산마루놀이터가 있다는데 어딘지 아시나요?” (기자)

“앞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 보세요.” (주민 A씨)

“여기 근처에 산마루놀이터가 있다는데 어딘지 아세요?” (기자)

“계단으로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나올 거예요.” (주민 B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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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문을 연 '산마루놀이터'. 김동환 기자


지난 22일, 계단과 길 오르내리기를 20여분 만에 동대문 일대와 남산타워가 눈앞에 보이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산마루놀이터에 도착했다.

2016년 5월 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약 3년의 사업 끝에 지난 2일 창신동 23-350번지에 정식으로 문을 연 산마루놀이터는 ‘친환경 자연형 어린이놀이터’를 표방한다. 정글짐·조망대와 함께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 모래를 파고 담아 옮길 수 있는 놀이기구도 갖춰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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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문을 연 '산마루놀이터'. 김동환 기자


이날 놀이터를 둘러보던 주민 C씨는 “아이들이 뛰어놀 곳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모래를 만지고 놀지 않았냐”며 “아스팔트 천지 세상에 아이들이 흙 밟고 만질 공간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몇몇 노인도 “놀이터가 생겨서 좋다”고 웃었다. 다만, 놀이터에 머무는 동안 낮 최고기온이 26도를 넘은 무더위 탓인지 아쉽게도 아이들은 만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서울 양천공원에 문을 연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도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공간을 선물하자는 의미에서 주민공모를 거쳐 놀이터 이름이 정해졌으며, 모래놀이터와 함께 우주선 모양의 놀이기구가 특히 눈길을 끈다.

앞선 24일 놀이터를 찾은 기자는 모래밭에 앉아 양손으로 모래를 펐다가 다시 바닥에 따르며 즐거워하는 장애인 아동을 만날 수 있었다. 해당 아동을 6개월째 보살펴왔다고 밝힌 활동보조인은 “아이가 모래를 만지며 재밌어하는 것 같다”는 기자 말에 쑥스러운 듯 미소만 짓고는 몇 발 떨어진 곳에서 아이를 조용히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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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 '쿵쾅쿵쾅 꿈마루 놀이터'를 찾은 아이들. 양천구 제공


◆“사회성 등 발달” vs “위생 우려”…엇갈린 시각

전문가들은 모래놀이터가 아이들의 창의력, 사회성 등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손끝에서 느끼는 감각이 뇌의 활동을 돕고, 다른 아이와 모여 앉아 모래를 만지고 노는 동안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와 공원을 둘러보면 모래보다 고무바닥 깔린 놀이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반려동물의 배설물, 쓰레기를 포함한 각종 이물질과 병균이 모래에 뒤섞여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우려에서다. 철저한 위생관리를 전제로 모래놀이터를 복원하는 움직임이 곳곳에 있지만, 외면하는 경향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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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문을 연 '산마루놀이터'. 김동환 기자


종로구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모래놀이터 검사 결과 및 관리 현황’ 안내판을 산마루놀이터에 설치했다. 안내판은 지난달 12일 모래 검사에서 회충·요충을 비롯한 선충류 등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외에 관악구·성동구 등 여러 구청도 조례에 따라 연 2~4회 놀이터 모래소독을 진행 중이다.

5살 딸을 둔 이모(38)씨는 “아이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이들에게도 모래놀이터를 더 많이 선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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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놀이터 활동가와 함께 하는 움직이는 놀이터' 일정. 서울시 제공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월부터 11월까지 서대문구를 포함해 13개 구 놀이터(총 19곳)에서 아이들이 신나고 안전하게 놀 수 있게 ‘놀이터 활동가와 함께하는 움직이는 놀이터’를 운영한다. 놀이터마다 활동가 2~3명을 배치하며, 매주 이틀(하루 2시간) 모래놀이를 비롯해 줄다리기, 고무줄놀이, 줄넘기 등을 진행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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