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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中 ‘화웨이에 보잉으로 맞불?’…737맥스 줄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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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항공사, 보잉(Boeing) 737맥스8 소송 봇물

처음엔 중국 동방항공이었다. 21일 동방항공은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보잉 737맥스8 기종 결항과 인도 지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동방항공은 이 기종 14대를 보유하고 있다. 22일엔 에어차이나와 남방항공, 샤먼항공으로 소송이 확산했다. 이들 네 항공사가 보유한 보잉 737맥스는 모두 63대다. 봇물이 터진 소송은 다른 중국 항공사로 이어졌다. 급기야 24일엔 보잉 737맥스8을 보유한 중국의 모든 항공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13개 항공사, 보유 항공기는 모두 96대로 늘었다. 보잉이 지금껏 판매한 737맥스 350대 중 27%가 중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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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청구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엄청난 액수일 게 뻔하다. 앞서 역시 운항을 정지한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사우스웨스트 항공, 노르웨이 항공 세 항공사가 4월 한 달 운항정지로 입은 손실이 6억 달러(7,143억 원)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3월 10일 에티오피아에서 추락 사고가 나고, 바로 다음날 운항을 정지했다. 항공기를 멈춘 지 이미 두 달이 넘은 것이다. 언제 운항이 재개될지도 불투명하다. 소송에 지기라도 할 땐 보잉이 뒷감당해야 하는 배상액이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이다.

소송은 다른 나라 항공사로도 확산할 게 뻔하다. 이미 노르웨이 항공과 플라이 두바이가 소송을 제기했다. 외신은 터키항공과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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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 화웨이, 미국엔 보잉.. 중국의 계획적 반격?

16일 미국은 화웨이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위협을 중국의 굴기를 멈출 '핵 옵션(Nuclear Option)'이라고 지칭했다. '핵 옵션'에 맞설 수 있는 중국의 반격은 무엇일까? 보잉이 여기에 걸려든 듯하다.

20일 시진핑 주석은 장시성 희토류 업체를 시찰하고 곧바로 중국 홍군(공산당) 대장정 기념비에 헌화했다. 중국 매체는 이 이후로 미·중 무역전쟁을 '신(新) 대장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선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전쟁이다.

동방항공에 이어 중국 세 항공사가 소송을 제기한 22일. 중국 국영 방송사 CCTV는 보잉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에서 중국민항관리간부학교 추젠쥔 교수는 "결항은 운영하지 않고 발생하는 유지보수와 재무 원가 등의 모든 비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운항 정지가 보잉의 기술적 결함에서 비롯된 경향이 분명하므로 보잉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은 분명하다"며 보잉 책임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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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같은 날 이례적으로 중국 외교부도 논평을 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업 간의 상업 행위에 대해 논평하는 것이 불편하다면서도 "나는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이익을 법에 따라 청구하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소송이 당연하다고 거들었다. 그리고 논평 이틀 뒤 보잉 737맥스를 보유한 중국 모든 항공사가 소송 대열에 합류했다. 무언가 중국 최고 지도부와 정부, 언론, 항공사가 한 박자로 움직인 듯하다. 중국에 '화웨이'가 있다면, 미국엔 약한 고리 '보잉'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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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시진핑, 프랑스 에어버스 300대 구매

보잉과 에어버스 쌍두마차가 끌어가는 국제 여객기 시장에서 중국은 앞서 통 큰 씀씀이도 과시했다. 지난 3월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350억 달러(40조 원)에 이르는 프랑스산 항공기 구매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에어버스 A320 시리즈 290대, A350 시리즈 10대 등 모두 300대의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보잉 737맥스로 가뜩이나 아픈 보잉 입장에선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받아낸 건 무엇일까?

정상회담 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과 중국은 강력한 파트너십이 필요하고, 이는 다자주의와 공정한 무역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프랑스는 중국과 제3국 공동투자 프로젝트(중국 일대일로, 一帶一路)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안보 위협론을 제기하며 화웨이 장비를 배제해달라는 미국의 거듭된 요구에 프랑스는 "따르지 않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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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표기업의 험난한 미래

'끄떡없다'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호언장담에도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거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여러 업체가 이미 부품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 사용권 등 자사 기술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화웨이는 6개월 안에 자체 운영체제(OS) 홍멍으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화웨이 스마트폰은 중국이라는 우물에 갇힌 개구리 일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일 보고서에서 미국 제재가 계속된다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작년 2억 580만대에서 올해 1억 5천 600만대, 내년 1억 천960만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훼이가 지난해 발표한 핵심 부품 공급업체 92곳 중 미국 기업은 32곳이다. 미국 정부의 조치가 화웨이 입장에선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보잉이라고 해서 사정이 나을 게 별로 없다. 중국 항공사에 이어 다른 나라 항공사도 줄 소송을 낼 게 뻔하다.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 추락 항공기 탑승 유족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에티오피아 항공에 탑승했다 사망한 프랑스인 승객의 아내 나데주 뒤부아 식스는 보잉 본사가 있는 시카고의 연방 법원에 2억 7,600만 달러(3,3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 한해 보잉 매출 중 하루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보잉 주주들도 곤두박질친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묻겠다며 소송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737맥스의 안전문제를 숨겼다며 증권사기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 결과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보잉에 운 좋게 나온다 하더라도 보잉은 항공기 업체엔 생명과도 같은 '안전에 대한 신뢰'를 이미 잃었다. 보잉의 미래가 암울한 이유다.

안양봉 기자 (beeb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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