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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화장품회사 만들 수 있다, 팔로어 1만명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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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다면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

개인도 만들어 판매 가능한

‘1인 메이커 시대’ 도래

제조는 OEM·ODM업체 맡기고

제품 홍보·판매는 소셜미디어로

대표적 상품인 화장품 경우

판매업체·제조업체 숫자 급증

최근 ‘임블리 사태’ 터지면서

안전성·책임성 등 우려도

“장기적 관점에서 개발·판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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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인스타그램에 접속한다. ‘공구’ 형태로 화장품을 소개하고 팔았던 그들이 이젠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화장품은 적어도 중견기업 정도는 돼야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라지만 화장품도 직접 만들어 팔 수 있다니. 그렇다면 나도 한번? 그러나 잊고 있었다. 내겐 나를 믿고 화장품을 구매해줄 팔로어들이 없다는 사실을.



12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지닌 사람) ㄱ씨는 최근 화장품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공구’(공동구매)로 시작했다. ㄱ씨의 팔로어가 1만명일 때부터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공구를 제안하는 화장품 제조 중소기업들이 꽤 있었다. 제품의 제조와 배송 등은 업체에서 맡고 ㄱ씨의 인스타그램은 공동구매를 홍보하는 방식이었다. ㄱ씨는 여러 업체 화장품들을 몇 달간 직접 써봤다. 그리고 실제로 피부에 도움이 됐던 화장품을 엄선했다. 제품 홍보 문구도 심혈을 기울여 썼다. 공동구매 기간은 사흘이었지만 준비했던 수량이 하루 만에 품절됐다. 공구를 다시 열어달라는 팔로어들의 요청도 쏟아졌다. 같은 방식으로 ㄱ씨는 계속 ‘대박’을 터뜨렸고 덩달아 몸값도 올라갔다. ㄱ씨는 자신이 추천한 화장품을 쓰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팔로어들의 댓글을 보면 뿌듯함을 느꼈다. ‘내가 이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니’ 하며 자부심도 생겼다.

ㄱ씨는 이번에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평소 주위에서 ‘모공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피부가 좋은 편인 ㄱ씨는 ‘모공 실종’을 화장품 콘셉트로 정했다. 그리고 황토가 아닌 백토 성분을 넣은 팩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곤 화장품 제조업체를 찾았다. 제조업체는 ㄱ씨의 제안에 맞춰 제조 레시피를 짜냈다. ㄱ씨와 제조업체는 성분 배합량이 적당한지, 피부에 잘 스며드는지, 향과 촉감은 좋은지, 용기에 담았을 때 사용하기 불편하진 않은지 등을 함께 상의하며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은 임상시험 전문기관에 제품 검증을 의뢰하고 용기업체로부터 케이스를 납품받아 병입하는 등 모든 공정을 마쳤다. 그렇게 ‘모공실종팩’이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3개월. 그 뒤 식약처와 세무서에서 필요한 절차를 밟고 화장품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판매했다. 역시 ‘대박’이었다.

과거 제조업은 공장 등 제조시설과 판매유통망, 마케팅·홍보 능력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주도했다. 이제는 독특한 아이디어나 기획력만 있으면 자신만의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1인 메이커’ 시대가 됐다. 제조는 제품 생산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오이엠(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나 제품 개발과 생산을 같이 해주는 오디엠(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에 맡기고 판매와 홍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로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일수록 더 쉽게 이루어진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에스엔에스(SNS)마켓’ 등의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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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만드는 과정 따라가보니

이런 흐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화장품이다. 화장품은 옷 등 다른 제품보다 가격대가 낮아 10대~20대 초반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옷보다 수익도 많이 남는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피부 관리 비법’이나 ‘화장법’ 등의 콘텐츠와 함께 제품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루언서가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화장품 구성 성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이 또한 어렵지만은 않다. 화장품 오디엠 업체에 맡기면 브랜드 컨설팅에서부터 제품별 레시피 제안, 용기 및 라벨 추천, 임상시험 전문기관 의뢰, 병입 및 포장 등 모든 과정을 대신해준다.

한 화장품 오디엠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ㄴ씨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성분을 정해서 화장품을 만들어달라고 할 때도 있지만, 인플루언서가 화장품을 바르고 나서 어떤 효과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거나, 어떤 콘셉트였으면 좋겠다고만 말해도 제조업체에서 성분을 제안해준다”며 “화장품 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사람일수록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제조업체는 상품개발비를 따로 받거나 제품원가에 녹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 관련 절차도 간소한 편이다. 식약처에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로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으면 된다. 그 뒤 1년에 한번씩 한 해 동안 만든 상품에 대해 보고한다. 보고 내용에는 판매업체와 제조업체(오이엠·오디엠업체) 이름, 제품성분 등을 포함돼 있다. 이외에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관할 구청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면 된다.

실제로 화장품 판매업체와 제조업체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7년 식약처에 새롭게 허가받은 화장품 판매업체는 2206개, 제조업체는 224개였지만, 지난해엔 각각 2749개, 305개로 36.1%, 24.6%씩 증가했다. 올해는 1월부터 현재(5월23일)까지 판매업체 1219개, 제조업체 124개가 등록했다.

한스킨,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의 제조를 맡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오이엠·오디엠 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매출도 늘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65.3% 늘어난 1조3579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900억원으로 전년보다 34.3% 증가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코스맥스의 매출은 전년보다 42.5% 증가한 1조2579억원으로 1992년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8.9% 성장한 523억원이었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제조시설을 갖고 있지 않은 화장품 중소기업과 1인 메이커들의 제품 개발·생산 의뢰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발·생산의 아웃소싱으로 상품 제작이 손쉬워지긴 했지만, ‘화장품 회사 사장님’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구매를 해줄 팔로어들이다. 화장품을 제작 의뢰할 때는 최소 몇천개에서 1만개까지 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팔로어가 1만명 이상이면 제품 개발과 판매에 뛰어들어도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인플루언서들이 자체 화장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화장품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얼마 정도를 판매할 수 있는 재고 컨트롤을 잘해야 한다. 초반에 화장품사업에 잘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제조업체 돈만 벌어주고 재고를 떠안고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오디엠업체 직원 ㄴ씨)

‘1인 메이커’의 장점은 대기업이 주목하지 않은 틈새시장 상품, 최신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그만큼 다양해진 제품 속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규모의 회사들은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1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시장은 그 사이에도 급격히 변한다. 1인 메이커가 제품을 만들면, 빠르면 두달 안에도 가능하다. 물론 제품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마냥 기간이 길다고 해서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화장품 업계 종사자 ㄷ씨)

화장품 외에도 ‘1인 메이커’가 만들 수 있는 제품은 무궁무진하다. 운동과 다이어트 관련해 유명한 한 인플루언서는 운동 후나 다이어트 중에 먹을 수 있는 단백질이 들어간 초콜릿 맛 케이크를 만들었다. 다이어트 중에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먹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데 착안한 것이다. 한 육아 관련 인플루언서는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홍삼이나 선크림을 만들어 팔고 있다. 제조와 판매 관련 과정은 화장품과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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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블리 사태’가 말해주는 것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이렇게 다양한 제품 제작·판매로까지 이어지면서 안전성이나 책임성 등에 대한 우려가 같이 커지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이른바 ‘임블리 사태’가 대표적이다.

‘임블리’라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부건에프엔씨는 대표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 회사로 꼽혀왔다. 부건에프엔씨는 인플루언서 임지현씨(별명 ‘임블리’)와 남편이 만든 회사다. 2013년 동대문을 배경으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한 부건에프엔씨는 임지현씨를 내세워 온라인 의류 쇼핑몰, 화장품 회사(‘블리블리’)를 운영해왔다. 임씨는 쇼핑몰 임블리의 대표 모델로 활약하며 인스타그램에서 82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1인 브랜드로 부상했다. 그는 본인의 일상과 사랑, 결혼, 임신, 출산, 성공 과정 등을 인스타그램에서 지속적으로 알리고 팔로어들과 소통했다. 지난해 열린 임씨의 팬미팅 행사 좌석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팬덤을 갖고 있었다. 그는 축적된 팬심을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팔로어들에게 다양한 소품, 아이템을 활용한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제품을 홍보하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진정성’을 무기로 축적된 팬덤, 본인만의 이미지만 있으면 별도의 광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임블리의 성공으로 확인되면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후발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한 소비자가 부건에프엔씨에서 구입한 호박즙에서 곰팡이를 발견했다는 불만을 제기하면서 ‘임블리 사태’가 터졌다. 부건에프엔씨 쪽이 남은 수량에 한해서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대응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임블리의 화장품 ‘인진쑥 에센스’에서도 부유물이 나왔다는 구매자들의 불만이 나왔다. 부건에프엔씨는 문제가 된 호박즙과 화장품 등에 대해 “안전성 검증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최근 임씨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진정성 마케팅’의 양면성이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인플루언서가 만든 제품을 사는 이유는 평소 팔로우하던 그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이죠. 피부가 좋고 화장을 예쁘게 하는 인플루언서가 자신을 믿어보라며, 여러분들의 피부 고민을 담아 좋은 팩을 만들었다고, 지속적으로 피부 관리 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그러면 ‘나도 저 제품을 바르면 저 사람 같은 피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죠. ‘이 사람 팔로어가 얼마나 많은데 이상한 제품을 팔진 않겠지. 이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하는 심리도 있어요. 또 댓글에서 다른 팔로어들이 너도나도 그 제품을 사고 싶다고 하고, 도움이 됐다고 말하면 나도 얼른 사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들어요.”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쇼핑을 한다는 이지선(가명·31)씨의 말이다.

이처럼 인플루언서가 만든 제품을 사는 이유는 그에 대한 믿음 때문인데, 인플루언서가 이 믿음을 배신했다고 느끼는 순간, 안티팬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임블리의 충성고객이었던 한 30대는 현재 임블리 제품을 사용하고 피해를 본 사람들의 사례를 모아 인스타그램 ‘임블리쏘리’(imvely_sorry)에 올리고 있는데, 팔로어가 23일 현재 8만8000여명까지 불어났다.

화장품업계 종사자 ㄷ씨는 “단기간에 상품을 팔아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야 1인 메이커가 지속적으로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가 다르면, 제품에 문제가 생겨도 원인을 찾기 어렵고 책임을 회피하기가 쉽다”며 “1인 메이커도 판매업체로서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소비자에게 대응하고 피해를 보상해줄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업체가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통신판매신고번호 등을 정확히 공개하고 있는지, 교환·환불 정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품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기보다는 과장·과대광고가 아닌지 경계를 해야 한다”(ㄷ씨)는 것이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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