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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재명, 2022년 대선일까 2022년 지방선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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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월 2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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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초,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의 캠프에 낭보가 전해졌다.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몇몇 현역의원들이 캠프에 가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당 후보)과 안희정 후보(당시 충남도지사) 등과 겨루는 이 지사 캠프에서는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이 지사의 캠프는 현역의원으로는 이 지사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정성호 의원(3선)과 중앙대 후배인 김영진 의원(초선)으로 시작했다. 현역의원이 채 10명도 안 됐던 대선캠프는 2018년 경기도지사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이 지사 측 캠프로 이어졌다. 이 지사가 친문 직계인 전해철 의원을 물리치고 민주당 후보가 되자,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와 겨루는 6·13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에서 모두 40여명의 현역의원이 참여해 캠프를 꾸렸다. 하지만 당선 직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은 이 지사의 곁을 모두 떠나고 정성호 의원과 김영진 의원 2명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동안 이 지사는 여러 가지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됐다. 심지어 민주당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가을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의원(대한애국당)은 “탈당권유도 받고 갑자기 지사가 되자마자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소회가 어떠냐”고 질문했다. 이 지사는 이에 “인생무상이죠”라고 답변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게 1심 법원(수원지법 성남지원)은 5월 16일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5월 22일 검찰은 1심 판결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 2심 재판으로 이어지게 됐다.

“일정 부분 불신의 구름 걷혔다”

‘혜경궁 김씨’ ‘여배우 스캔들’ 등 수많은 의혹도 곤혹스러웠지만, 의원들이 이 지사 곁에서 떠난 이유로는 뜨거운 온라인 설전이 한몫했다는 것이 민주당 안팎의 이야기다. ‘손가락혁명군’으로 대표되는 이 지사 측 SNS 지지자들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때에는 전해철 의원 지지자들과 수차례 부딪쳤다. 무죄 판결이 난 뒤인 5월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건 담당검사들에 대한 탄핵과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된 것도 온라인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 내부에서는 온라인과 달리 너무나 조용하다. 우선 차기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한 의원은 “(이 지사가) 다시 대선주자로 부각되기에는 흠집이 너무 많게 됐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당내 내부 기류 역시 한마디로 ‘기스(흠집)’라는 평가가 많다.

이 지사가 무죄 판결 직후 “큰길로 계속 함께 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자, ‘큰길’은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한 드라마 제목에 비유해 ‘육룡이 나르샤’라는 기사가 한 일간지에서 나와 민주당 내부에서 화제가 됐다. 육룡에는 이낙연 총리·박원순 서울시장·김부겸 의원·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외에 최근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는다’고 말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포함됐다. 여기에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이 지사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차기 대권주자로의 부활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은 과열 분위기를 우려했다. 정성호 의원은 “‘큰길’은 너무 확대해석됐다”면서 “무죄 판결 직후 이 지사 측에게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이 지사에게 차기 대선(2022년)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경기도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정에 전념해 경기도지사 재선(2022년)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의원은 ‘흠집’이라는 당내 평가에 대해 “이번 판결로 ‘흠집’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다 정리된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 지사 측 의도와는 관계없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약간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 지사에게 대해 일정 부분 불신의 구름이 걷혔다고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경기도정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뒷받침돼야 실제로 지지율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유독 젊은 층에 인기가 높았다. 이 지사가 한때 대선주자 3위로 부상되던 2016년 12월 둘째 주의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이런 수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은 11월 둘째 주의 8%에서 한 달 만에 18%로 치솟았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당 전 대표) 2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20%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에는 젊은 층의 지지가 상승요인이 됐다. 19∼29세·30대·40대 지지율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율에 조금 모자라거나 거의 비슷한 수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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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월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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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과의 앙금 등 아직은 가시밭길

촛불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이 지사의 거침없는 말은 ‘사이다 발언’으로 비유됐다. 게다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흙수저’ 스토리가 젊은 층에게 호감을 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모호한 발언을 하는 일반 정치인과 달리 이 지사는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면서 “정책 실행력도 있어, 기성 정치에 부정적이었던 젊은 층에서 선호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지사 돌풍’은 2017년 들어 가라앉았고, 이 지사 대신 안희정 후보(당시 충남도지사)가 문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형국이 됐다. 지지도가 내려간 이후 이 지사의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취임 2년차부터 시작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여권 1위인 이낙연 총리에 비해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무죄 판결 이전의 최근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겨우 4%대에 머물렀다. MBC가 문 대통령 취임 2돌을 맞아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5월 5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7.7%,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1%로 오차범위 내에서 다퉜다. 이 뒤를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5.6%, 심상정 의원 5.3%, 유승민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각각 4.1%,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3.9% 순(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었다.

무죄 판결 이후 이 지사의 가시밭길이 꽃길로 금방 바뀔 것이라는 전망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당 내부에서 친문과의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는 데다, 2심·최종심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성호 의원은 “경기도에서 도 의료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한 것과 공공건설 영역에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 것과 같은 성과를 이룬 것을 보면 기성사회의 기득권을 돌파하는 이 지사의 리더십은 젊은 층에게 여전히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 지사가 김경수 지사 같은 젊은 광역단체장처럼 젊은 층의 민주당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권과 관련해 당내에는 앞으로 대선캠프를 꾸릴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에 대해 이 지사와 가까운 정 의원 측은 “이제 겨우 숨쉬려고 하는 상황인데, ‘캠프’는 나가도 너무 나간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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