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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3년…특성화고 출신 비정규직 "우린 여전히 '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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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위험한 일 당연하게 떠넘겨…값싸게 쓰고 버리는 물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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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는 '떨이'로 팔려 다니는 것 같대요. 싼 물건을 찾듯이 고용시장에서 싼값에 사 갈 수 있어서 자기 노동력을 사는 것 같대요."(정용필 전국 특성화고졸업생 노동조합 조직팀장)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고(故) 김모(당시 19세)군이 사고로 숨진 지 오는 28일로 3주기가 된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에 입사했던 김군은 2인 1조 근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작업하다 열차에 치여 변을 당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청년 비정규직들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군처럼 특성화고를 나온 청년 비정규직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정용필 조직팀장은 김군 3주기를 앞둔 26일 "어리고, 고졸이고, 비정규직이라는 3중의 이유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통계로 잡히지는 않아도 본질적인 문제"라며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노동 현실을 지적했다.

"조리학과 졸업생이 식당에 취업하고서 청소 일만 맡거나 공학 전공생에게 건설용역직만 주어지는 등 전공에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무 중에도 보조업무와 잔업을 떠안는다는 등 고충이 노조에 자주 접수됩니다."

정 팀장은 "이들 중 다수가 자신들에게 잔업이나 위험한 일, 고된 일 등이 당연하게 떠넘겨지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업무 시간도 길어진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김군'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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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민호군 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1월 전북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현장실습하던 특성화고 고교생 A(19)양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은 과도한 업무 부담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11월에는 제주시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 이민호군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장 5층에서 작업하던 특성화고 졸업생 김태규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은아 특성화고 졸업생노조 위원장은 "구의역 사고 이후 언론은 마치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존재인 듯 관심을 보였지만 우리가 왜 그 위험한 현장 속에 뛰어들게 됐는지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대학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실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단기직을 전전하느라 경력을 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위원장은 "특성화고 졸업생은 매년 8만∼10만명가량 배출되는데 절반 이상이 하청업체 등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다"며 "이들은 노동현장에서 값싸게 쓰고 버리는 물건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구의역 참사'가 끌어낸 변화도 있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김군의 '후배'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자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를 결성했고,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아예 노동조합을 조직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특성화고를 졸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법은 여전히 미비하다"며 "살아남지 못한 이들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도록 정부에 보호법 제정 등을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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