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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정의당 심상정까지 대선주자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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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새로운 노무현. 정치개혁·사법개혁으로 반칙과 특권없는 나라 만들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를 앞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현수막 여러 장이 내걸렸다. 짙은 노란색 바탕에 '새로운 노무현'이란 글씨는 고(故) 신영복 교수의 서체로 쓰였다. '새로운 노무현'은 노무현재단이 노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내세운 컨셉트다.

그런데 이 현수막을 건 주체는 노무현재단이 아닌 정의당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현 여권과 정의당, 특히 심상정 의원과의 밀월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란 말이 나왔다. 실제 최근 들어 여권 안에서 심 의원을 범(汎)여권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꼽는 사람들도 심심찮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4·3 경남 창원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정의당 후보로 단일화하면서 후보를 내지 않기도 했다.

정의당이 노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광화문광장에 내건 현수막과 비슷한 현수막은 심 의원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지역에도 내걸렸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새로운 노무현. 정치개혁·사법개혁으로 사람사는 세상 이루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사람사는 세상'은 노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다.

심 의원은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봉하마을을 찾았다. 그는 봉하마을 가는 길에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 하나를 올렸다. "지난 8개월간 정치개혁특별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 있었다. 제가 경제·민생 분야에서 각을 세울 때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정치개혁의 선구자 노무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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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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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정치권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단순 추모를 넘어 재평가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무현'은 현실 정치적으로 보면, 짧게는 내년 총선 길게는 차기 대선까지 내다본 현 집권 세력의 정치적 좌표이기도 하다. 심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재임 때 진보·노동 정치 진영을 이끌며 노 전 대통령이 창당했던 열린우리당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경쟁했다. 그런 그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노무현을 만났다"며 새로운 노무현을 거론한 것이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지난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주자로 나섰을 때 집권 막바지에 접어든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노무현 정치는 실패했다. 그래서 많은 서민들이 그 배신으로 한나라당으로 갔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발의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대통령 단임제 때문이 아니다. 실패한 대통령이 책임을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행위" 등의 발언도 했다.

실제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관계는 긴장 관계에 가까웠다. 2002년 대선후보 TV토론 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차이가 샛강이라면 노무현 후보와 권영길의 차이는 한강"이라고 했다. 심 의원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2004년 제17대 국회에 입성해 2006~2007년 당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당시 노무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

이런 과거 입장 때문에 진보 진영 내에선 심 의원이 노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을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넘어 향후 '다수 연대 콜라보(협력)'를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심 의원은 2007년 당 대선 후보 경선, 2008년 18대 총선 지역구(경기고양덕양갑) 도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뒤 친노(親盧)·친문(親文) 세력과의 '연대·연합 전략'으로 노선을 선회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2010년 지방선거가 대표적이다. 심 의원은 당시 경기지사 선거에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유시민 당시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한 후 사퇴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경기 고양 덕양갑의 통합진보당 후보로 나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와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가 됐고 총선에서 이겼다. 그해 연말 열린 대선에선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로 추대됐지만 후보 공식 등록일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며 또다시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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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제작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 현수막 도안. / 정의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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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은 지난 대선 때는 정의당 후보로 완주해 201만여표(득표율 6.2%)를 득표했다. 1987년 대선 이래 진보 정당 최다 득표를 했다.

심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던 정의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범여권'으로 분류될 정도로 현 여권과 정책 공조를 하고 있다. 일부 노동 정책에선 민주당보다 좀 더 선명한 목소리를 내지만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도 대통령과 정당대표 회동을 교섭단체가 아닌 여야5당 대표로 정해 정의당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 여권과 정의당의 공조 기조는 최근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 두 당이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편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밀어붙인 데서도 발휘됐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은 정의당이 사활을 걸어온 사안이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사법제도 개편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서로가 가장 원하는 사안을 입법화할 수 있도록 공조한 모양새다.

특히 정치권이 주목한 것은 민주당이 일부 내부 반대에도 정의당이 요구한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들어준 점이다. 여야4당 선거제 개편안에 따르면 정의당의 정치적 기반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당득표율'이 의석에 반영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나, 사표(死票) 걱정 없이 투표할 수 있어 정의당 같은 소수 정당이 전보다 표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이 줄어드는 민주당내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가 심했는데, 결국 이같은 내부 반발을 누르고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수용했다.

민주당의 이런 결정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개헌안 발표, 8월 16일 5당 원내대표 회동, 12월 14일 문희상 국회의장 접견 등을 통해 비례성 강화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꾸준히 밝혔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선 "문 대통령이 정의당, 특히 심 의원을 야당 중 하나가 아닌 같은 진영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에선 심 의원을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꼽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다. 당시 양 원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방송인 김어준씨와 토크콘서트를 하면서 유 이사장의 차기 대선 도전을 권하다 심 의원을 거론했다.

▲양정철 : 다음 대선에서 잠재적으로 활약할 분이 차고 넘친다. 다른 당에도 좋은 분들이 있다.
▲유시민 : 다른 당의 좋은 분은 동의 못하겠는데
▲양 : 심상정하고 사이가 안 좋나.
▲유 : 요즘 다른 당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양 : 지금 거론된 분 플러스 유시민, 조국 정도가 가세해서 열심히 경쟁하면 국민들이 다음 대선이 얼마나 안심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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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오른쪽)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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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이 대화가 대중, 특히 노 전 대통령 지지자를 앞에 두고 한 발언인 점을 감안하면 가볍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문재인 정권 핵심부에선 정의당을 사실상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치적 노선이나 정체성에선 파트너십을 넘어 한 진영으로 보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평화당도 여권에 친화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민주당과 지역적 지지 기반에서 겹친다는 점에서 여당 입장에선 경쟁 관계도 갖는다"면서 "반면 정의당은 지역적 경쟁 관계가 겹치지 않아 연대·연합 대상으로 더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현 정치권 의석 구도나 향후 정치권 구도로 볼 때 민주당과 정의당이 연대 구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 득표율은 41.08%, 심 의원 득표율은 6.17%로 두 사람의 득표율 합은 47.25%였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들어 유지하고 있는 지지도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다. 현재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 구도에서 문재인 정권은 정의당 지지 유권자들의 지지까지 견인해야 대야(對野)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정치 구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멀게는 '20년 집권론', 가깝게는 집권 후반기 안정적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 현 정권으로선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정의당과 본격적인 연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 이후 현 여권 내부에서 거론되는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차기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되겠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정의당이 지금보다 국회 내 세(勢)를 더 키운다면 심 의원이 범여권 차기 주자로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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