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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1000만 찍고 '기생충' 칸 가고···희한한 감독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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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새 바람 '르네상스' 시대 주역

대담한 상상, 예리한 시선, 현실과 호흡

관객과 평론가에게 골고루 큰 사랑받아

'살인의 추억''괴물' 등 흥행도 홈런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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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사상 처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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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르영화의 발전에서 중요한 건 할리우드 장르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적 것들, 인간적 고뇌, 한국인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편하게 섞여들었다. 이젠 장르영화에 그런 사회적 요소가 없으면 더 낯설다. 1930~40년대 장르적 규칙을 만든 미국영화사와 다른, 한국영화만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첫선을 보인 다음날, 봉준호(50)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는 그 자신의 영화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는 장르영화의 익숙한 틀을 활용하면서도 대담한 상상력, 새로운 캐릭터, 사회와 현실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결합해 장르의 기존 공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왔다.

관객 호응도 뜨거웠다. 2006년 '괴물'이 1000만 영화가 된 것을 비롯해 매번 굵직한 흥행성공을 거뒀다. 그는 작가주의 감독인 동시에 흥행 감독, 대중적 감독으로 평론가·매니아만 아니라 폭넓은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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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개봉 무렵의 봉준호 감독.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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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비롯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등장한 새로운 감독들은 한국영화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고, '한국영화 르네상스'로 불리는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세계적 예술영화 축제, 콧대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칸영화제에서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개인의 영광만 아니라 한국영화 전반에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흥행감독' 봉준호, 하지만 첫 장편은
물론 시작부터 화려했던 건 아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그는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나와 충무로 연출부 생활을 거쳤다. 장편 데뷔작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 백수나 다름없는 지식인(이성재)과 아파트 경리 직원(배두나)이 강아지 실종사건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코미디였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주로 TV드라마의 조연으로 활동해온 배우 변희봉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새롭고 기괴한 캐릭터는 봉준호 감독이 유명해진 뒤에야 다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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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 공식 상영 직후 기립박수에 화답하는 봉준호 감독.[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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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절치부심의 시기가 길진 않았다. 3년 뒤인 2003년, 두번째 장편 '살인의 추억'은 관객과 평론가 모두 사로잡았다. 스릴러 영화인데도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결말, 그래서 상업적 성공이 불투명했던 영화는 525만 관객을 모으는 큰 성공을 거뒀다. 1980년대 경기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지역 형사(송강호)와 서울 형사(김상경)의 어설픈 협업, '과학'보다 '강압'이 우선인 우왕좌왕 수사에는 8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가 절묘하게 녹아났다. 영화의 소재가 된 살인사건은 지금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제사건. 어쩌면 현실이 곧 스포일러인데도 정교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마지막까지 긴장과 여운을 이끌어냈다.

한강다리에서 괴물을 본 고교생
요즘 말로 '믿고 보는 감독'이 된 그는 2006년 '괴물'로 폭발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한강에 괴물이 출현한다는 장르적 상상력, 무능한 공권력 대신 가족들이 직접 괴물과 싸우며 납치당한 딸(고아성) 을 구해낸다는 극적인 전개가 맞물린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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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잠실대교를 오르는 괴물을 봤다는 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 개봉 무렵의 모습이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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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에 이어 한국영화 사상 네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최종 1301만 관객을 모아 당시 역대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영화에서 괴물을 만든 것은 미군이 함부로 버린 독극물. 한국 관객이라면 그 무렵의 현실을 쉽게 떠올릴 설정이었다. 하지만 봉준호가 '괴물'을 꿈 꾼 건 이미 고등학생 때였다. 믿거나 말거나 창밖에 보이는 한강다리에 괴물이 기어오르는 모습을 본 고교생은 약 20년 뒤, 30대 후반의 영화감독이 되어 그 백일몽을 스크린에 현실화시켰다. 괴물이 영화 초반부터, 그것도 환한 대낮에 나타난 것도 해외 장르영화 팬들에게는 단연 이채로운 시도였다. 봉준호는 해외에도 'The Host'('괴물'의 영어제목)의 감독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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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김혜자 주연의 영화 '마더 '개봉 무렵의 봉준호 감독.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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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직접 각본을 써온 감독이지만 2009년 '마더'는 좀 독특했다. 배우 김혜자를 주연으로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든 영화란 점에서다. 다 컸지만 좀 모자란 아들(원빈)이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되자, 엄마(김혜자)는 홀로 키워온 아들을 구하기 위해 무섭게 질주한다. 모성애의 통념과 사뭇 다른 모성애, 모성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모자 관계, '국민엄마' 김혜자와 전혀 결이 다른 엄마 김혜자가 강렬하게 펼쳐졌다.

설국열차 타고 한국 바깥, 미래 SF로
그 사이 봉준호 감독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 제작의 무대를 넓혀왔다. '마더'에 앞서 2008년 단편 '흔들리는 도쿄'는 프랑스 감독들 함께 옴니버스 프로젝트 '도쿄!'에 초청받아 일본에서 찍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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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개봉 무렵의 봉준호 감독과 한국을 찾은 배우 틸다 스윈튼.[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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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설국열차'는 본격적인 다국적 프로젝트. 한국영화이되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송강호·고아성에 더해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캡틴 아메리카'), 제이미 벨,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옥타비아 스펜서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아 체코의 스튜디오에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기상이변으로 지구 전체가 얼어붙은 미래 세계에 생존자들을 실은 열차가 달린다는 설정은 SF영화이지만, 굶주리고 비참한 꼬리 칸 사람들이 앞 칸으로 질주하는 액션은 더도 덜도 없이 계급투쟁 그 자체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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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개봉 무렵 분홍색 돼지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한 봉준호 감독.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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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옥자'는 미국의 세계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에서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영화다. 강원도 산골 소녀, 이 소녀가 길러온 슈퍼 돼지 옥자를 통해 글로벌 식량기업 등의 탐욕을 그려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도 넷플릭스 영화란 점에서 극장업계의 반발 등 국제적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초청됐는데 수상은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국내에서도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상영관에서만 제한적으로 개봉했다.

10년만에 모국어로 돌아온 봉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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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이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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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이런 그가 '마더' 이후 10년만에 온전히 한국사회를 무대로, 한국어로 찍은 영화란 점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이 더욱 돋보인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한국관객만이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가득한" 영화라고 했다. 하지만 칸영화제의 반응은 감독의 예상을 기분 좋게 벗어났다.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다루며 가족드라마·코미디·범죄물·공포물 등 전혀 다른 장르를 거침없이 오가는 이 영화에 칸 현지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쏟아졌고, 해외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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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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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은 싫어한다지만, 영화계 안팎에 널리 알려진 별명은 '봉테일'(봉준호+디테일). '기생충'에서 처음 만난 배우들도 정교하다, 디테일하다는 말로 그의 연출을 접한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수상 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내내 배우들에 공을 돌렸다. 수상소감에서 들려준 대로 "열 두 살 어린 나이에 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하고 어린 영화광"은 칸영화제 수상무대에서도 '기생충'까지 네 편의 영화를 함께한 배우 송강호를 불러내 영광과 기쁨을 나눴다.

이후남 기자, 프랑스 칸=나원정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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