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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단단하게, ‘유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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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100번째 책 펴낸 1인 출판사 ‘유유’의 조성웅 대표의 책 만드는 삶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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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쌓으니 많아 보이네요.(웃음)”

5월21일 오후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유유출판사. 조성웅 대표가 <쓰기의 말들> <필사의 기초> <동사의 맛> <책 먹는 법> 등 책을 차곡차곡 쌓는다. 책 더미가 쓰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권 한권 올린다. 자신과 함께 찍을, 자신이 만든 책 100권이다.

유유는 2012년 1월에 첫 책 <단단한 공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문교양서를 펴내는 1인 출판사다. 1인 출판사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곳이다. 1인 출판사는 직원 4명 이하 규모로 출판사 대표가 기획부터 필자 섭외, 편집, 유통, 홍보까지 출판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7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종사자 규모 5명 미만인 1인 출판사가 76.9%를 차지 한다.

조 대표는 “줄곧 재택근무만 하다가 사무실을 마련해 일한 지 석 달째”라고 했다. 아직은 낯선 이 공간에서 올해 4월 100번째 책 <국어사전 혼내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100번째 책 출간의 의미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출판 쪽에서는 한 출판사에서 책 100권을 내면 영구적인 엔진이 생긴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 말도 다 옛말이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책이 많아질수록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고전·중국·공부’ 열쇳말 3개



유유를 대표하는 열쇳말은 ‘고전, 중국, 공부’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조 대표는 중국의 인문교양 분야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 “인문학자 양자오의 책을 꾸준히 내고 싶어요. 그동안 그의 책 ‘서양 현대고전강의 3부작’ <종의 기원을 읽다> <꿈의 해석을 읽다> <자본론을 읽다>를 펴냈어요. 양자오는 동서양 인문학 강의를 하고 방대한 지식을 가진 좋은 필자예요. 그런 필자를 널리 알리고 그의 책을 많이 팔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중국문학 책도 펴내고 싶지만 아직 엄두가 나지 않네요.”

인문교양 책을 펴내는 유유의 책은 작고 가볍다. “저희 모토가 ‘작고 단단하게 재미있게’예요. 그것에 맞게 두껍지 않고 들고 다니기 편하고 가벼운 책을 만들어요. 두껍고 무거운 ‘벽돌책’ 내는 출판사가 부럽기도 하지만 그런 책을 내는 건 저희 역할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 역할은 작고 가벼운 인문서로 교양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유유의 책 제목을 보면 <시 읽는 법> <서평 쓰는 법>처럼 ‘○○○하는 법’이 많다. “‘○○○하는 법’이라는 제목은 실용서에서 주로 쓰죠. 이런 제목으로 인문교양서를 내봤어요. 책을 한 권 읽으려면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제목은 이 책을 읽으면 이 주제에 대해 뭔가 알게 될 것 같은 느낌을 주잖아요. 노하우를 전해 받는 느낌으로 말이죠. 그게 이 책을 사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작은 판형에 단순한 표지



유유의 책은 주로 눈 밝은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팔리고 있다. “독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책 읽은 내용을 올려주고 그걸 다른 분들이 공유해주고. 그런 분들이 있어 계속 책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저희 책 ‘여러 권을 서가에 꽂아두면 가지런하고 좋다’ ‘유유 책이라서 산다’는 독자들의 말이 힘이 돼요.”

유유의 책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교정 교열 전문가 김정선씨가 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다. 7만 부 넘게 팔렸고 27쇄를 찍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단행본 교정 교열 작업을 오래 해온 김정선씨가 자신의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에요. 2016년에 나왔는데 그때가 글쓰기 붐이 일었어요.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 작가지망생, 학생 등 다양한 독자들이 이 책을 봐주셨어요. 지금도 꾸준히 관심받고 있어요.”

그다음 주목받은 책은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다. 유유의 책 판매 랭킹 2위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우연히 이 책이 나오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예상치 못한 홍보 덕을 톡톡히 봤다.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었다. “방송이 나가고 1만 부가 팔렸어요. 셀럽(유명인)의 힘이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웃음)”

유유는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만들었다. 작은 판형에 재생지를 쓰고 단순한 표지가 트레이드마크다. “출판사를 만들 때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요. 그때 색과 실사 이미지를 되도록 쓰지 않고 타이포 위주의 직관적 디자인으로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책의 텍스트에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그의 계획대로 단순하고 밋밋한 표지의 첫 책 <단단한 공부>를 펴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걱정했어요. ‘너무 돈을 안 쓴 거 아니냐’ ‘눈에 잘 안 띈다’라는 말을 들었죠. 그런데 다행히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판매도 괜찮았고요. 아마 그때 안 좋았으면 저도 흔들렸을 거예요(웃음).” 유유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이런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교양 공부를 돕는 책 만들겠다”



작은 출판사의 설움도 많다. 대형 출판사처럼 홍보할 여력이 안 되고, 저자들에게 원고를 제안하다 ‘까인’ 경우도 많다. 조 대표는 다른 1인 출판사 14곳과 함께 ‘어쩌다 1인 출판’이라는 모임도 하고 있다. 5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안부를 전한다. “서로 힘이 돼요. 동병상련을 느낄 때도 있고요.”

그는 “작고 단단하고 재미난 출판사”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출판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기에. 그는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교양 공부를 돕는 책”을 만들 계획이다. “세상에 콘텐츠가 많아요. 그래서 많은 분이 결정장애를 호소하잖아요. 그럴 때 무엇을 판단하는 기준과 안목을 갖추려면 인문교양이 필요해요. 내면을 단단하게 해주죠.”

조 대표는 출간하는 책의 범위를 확장할 계획도 있다. “중국, 공부, 고전에 관한 인문교양 분야의 책만 펴냈는데, 그 테두리 경계에 있는 책도 낼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에세이를 펴내지 않았지만 ‘교양 에세이’ 이런 유의 책도 펴내고 싶어요.”

새로 마련한 공간에서 새 책을 만들 계획에 부푼 그는 인터뷰 마치고 가는 기자에게 다음주에 나올 신간을 미리 건넸다.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104번째 책 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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