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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구의역 김군’ 3주기 추모의 벽, 누군가 샌드위치를 놓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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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고치다 숨진 김군 3주기

구의역 앞에 시민 400명 모여 헌화 “우리가 김군·김용균·김태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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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산재 사고를 겪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데가 딱 한 군데가 있더라고요. 대한민국 정부, 특히 노동부. 현장실습생들이 나가서 일하는 데 안전한지 않은지 신경도 안 써요. 여러분, 아이들에게 어른들 말 잘 들으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물에 빠져 죽든가 기계에 깔려 죽습니다. 애들에게 애 낳으라고도 하지 마십시오. 그런 말 할 권한 없습니다.” (고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용씨)



“작년 말 우리는 또 한명의 청년노동자를 네 곁으로 떠나 보냈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끼여 숨진 김용균씨. 제주에서 이민호군이, 전주 콜센터에서 홍수현양이, 건설 현장에서 김태규씨가 너처럼 열심히 일하다 억울하게 목숨 잃어야만 했던 사람들이야. 우리가 김군이고 우리가 김용균이며 우리가 김태규라는 마음으로 다신 청년노동자 떠나보내지 않겠노라고 약속할게.”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피에스디(PSD)지회장)

25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광진구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1번 출구 앞. 흰 국화꽃을 한 송이씩 든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NO 외주화’ ‘YES 기업처벌’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의역 1번 출구 앞 1개 차로와 인도를 가득 메웠다.

오는 28일은 2016년 5월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던 비정규직 근로자 김아무개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등이 이날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연 ‘구의역 김군 3주기 추모문화제’에는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 등을 비롯해 시민 400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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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하청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지난 20일부터 성수역·강남역·구의역 등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는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로 가득했다. 한양여대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포스트잇에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전을 위해 힘써주셔서 많은 분들이 지금 이렇게 안전하게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썼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라는 글을 적어둔 시민도 있었다.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 김밥을 올려두고 포스트잇에 ‘천천히 먹어’라고 적어둔 시민도 있었다. 이 밖에도 ‘더이상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길 바랍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세요’와 같은 메시지도 포스트잇에 담겼다. ‘동병상련입니다. 편히 쉬세요’, ‘같은 구의역 인근에 사는 사람으로서 명복을 빕니다’, ‘당신을 잊지 않을 겁니다’와 같은 메시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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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의 동료들은 사고가 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성피에스디(PSD) 노동조합 조합원인 황규선(25)씨는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업무는 직접 고용으로 바뀌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며 “그러나 코레일에서 지하철스크린 안전문을 유지·보수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200명가량은 6월 말 사실상 해고가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는 코레일에 기간제로 채용된다고 굳게 믿고 다른 회사에도 지원을 안 했는데 회사는 신규 채용 공고문을 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정부의 정규직 전환 취지가 기존 숙련공을 몰아내고 신규 채용을 통해 대체하는 것인가. 누구를 위한 고용안정이며 누구를 위한 공공일자리 창출이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상환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 9호선 지부장은 “구의역 사고, 태안화력발전 사고, 그리고 몇 년이 지났지만 인천 철도에서 5명이 죽은 사고, 모두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 일어났다”며 “저 역시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는 일을 할 때 2인1조 근무가 안 돼서 일하다 열차가 올까 봐 가슴을 졸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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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고 김용균씨의 동명이인 동료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대의원인 김용균씨는 “태안화력이나 구의역 사고 당시 사고의 주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무분별한 도급이었다. 정부도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산안법에서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은 도급 금지 대상이 아니다”라며 “시행령에서 규정한 도급 승인 대상에서도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는 ‘또 다른 김군’인 산업재해 피해자 가족들도 참석했다. 건설 현장에서 떨어져 사망한 고 김태규(25)씨의 누나, 2016년 5월 성남 외식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동균(당시 18살)군의 어머니, 고 이한빛 피디(PD)의 아버지, 제주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군의 부모,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다친 한혜경씨와 어머니 등이 함께했다. 김태규 씨는 지난달 10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공장 신축 공사현장 5층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숨졌다.

고 이민호 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는 “내 자식이 현장실습을 나가서 적재기라는 기계에 깔려 생을 달리하는 그 순간을 시시티브이(CCTV) 동영상으로 보는 순간 그 아픔이 정말 컸다”며 “산재 사망 유가족들이 한목소리를 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산재 유가족 모임 ‘다시는’을 꾸렸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속해 있다.

1시간가량 이어진 추모 집회가 끝나고 시민들은 김군이 숨진 구의역 9-4 승강장에 헌화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구의역 김군 3주기’인 28일 저녁 6시30분에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 앞에서 고 김태규 건설 노동자 49재와 함께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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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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