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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 등재 앞둔 게임중독, 과연 질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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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융·복합 종합게임쇼 ‘2019 플레이엑스포(PlayX4)’ 개막 첫날인 지난 5월 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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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와 이용자, 관련 문화계와 의료계의 시선이 스위스 제네바로 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5월 28일까지 이곳에서 세계보건총회를 열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안을 포함한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을 최종 확정하기 때문이다.

흔히 게임중독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게임장애(Gaming Disorder)’다. 게임업계는 부정적 어감을 줄인 ‘게임과몰입’으로, 정신건강의학계에선 ‘게임이용장애’로 부른다.

ICD-11 초안에서 정의된 게임장애는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게임의 빈도와 강도, 플레이 시간 등에 대한 통제가 힘들고, 게임을 삶의 관심사나 일상적 행위들보다 우선순위에 놓을 정도가 되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함에도 게임을 계속하거나 더 많이 하는 양상을 보일 때 게임장애로 본다. 진단은 이런 행동 양상이 일시적 또는 지속적으로 12개월 이상 명확히 나타날 때 내릴 수 있지만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임중독 치료해야”vs“과학적 근거 부족”

게임중독이 WHO의 질병코드로 정식 등재되고 한국이 이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정하게 된다. 이는 통계청 소관이다. 이후 보건복지부가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게 되는데 이런 과정은 일러야 2025년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게임업계와 문화예술계가 등재 반대편에, 정신의학계가 찬성편에 서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 부처 간에도 입장이 갈려 있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WHO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는 측은 게임중독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실재하는 만큼 치료와 예방을 위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재훈 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는 “게임을 적절하게 삶의 활력소로 삼는 걸 유해하다고 보는 건 아니다”라면서 “소수지만 게임중독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진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질병코드 등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건 치료와 예방에 관련된 여러 연구를 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며 “그간 관련 병명이 없어서 비슷한 병명으로 대신하거나 비보험으로 비싼 값에 치료를 받았다면 앞으로는 의료보험 시스템 안에서 공식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하는 측은 게임중독의 정의와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질병으로 규정할 경우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처럼 낙인 찍고,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조수현 게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게임을 악의 근원처럼 묘사하는 것은 영상과 음악,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융합 콘텐츠로서의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질병코드 등재로 셧다운제처럼 국내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또다시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이어 “미국 정신의학협회도 게임장애가 정식 질병으로 인정받기에는 아직 과학적 연구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질병코드 부여를 보류했다”면서 “그 누구도 아직 제대로 된 임상 결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질병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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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지난 5월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게임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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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논란은 기득권 반감에서 비롯”

문화예술계도 게임의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한다.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와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지 않고 게임 과몰입을 이유로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닌텐도 위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처럼 신체 활동을 요구하는 게임이 노령층의 인지적·신체적 기능을 강화하고, 비디오게임이 주의력 결핍 장애를 줄여주는 데 기여한다는 내용의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비의학적 문제인 게임을 의학적 문제로 바꿔 의학계의 이익에 복무하게 하는 ‘과잉 의료화’도 지적된다. 그 배후에 2014년 소위 ‘게임중독법’을 제정하려 했던 국내 중독정신의학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게임중독법은 대한중독정신의학회 출신인 당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게임을 마약, 도박, 알코올 등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예방·치료를 위해 게임업계의 매출액 1%를 거둬 중독관리센터를 설립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최준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세계보건기구에 질병 등재를 요구하는 한국 쪽의 상당한 요청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면서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없이 게임중독을 정신병화하는 걸 원하는 사람들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질병코드 등재는 게임을 중독물질화하고 게임을 악마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근거가 생기는 것”이라면서 “입시 경쟁과 학업·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정불화와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이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중요 요인인데 이에 대한 분석 없이 게임만 규제하는 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계는 이런 배후설을 강력히 부정했다. 정 이사는 “병원 치료와 병행하든 그 전 단계에서 중독관리센터에서 예방하는 방식이든 예산이 투입되고 전담인력이 배치되면서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며 “환자를 돕기 위한 노력을 이익을 좇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의료인의 집단지성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서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문화정치의 시각에서 논란을 들여다봤다. 게임을 죄악시하는 여론 형성에 디지털 시대의 대중문화에 대한 기득권의 반감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소설책이 공격을 받고, 이후 TV와 만화가 그랬듯이 문화적 기득권을 누리는 계층이 새로운 매체를 공격하는 방식의 되풀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요즘 디지털 게임은 소스코드를 개방해 누구나 변화시킬 수 있고 게임을 이용한 1인 방송도 가능하다”면서 “게임과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가 소설가나 지식을 파는 이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상황에서 (구글과 달리 얻어낼 것이 많은) 만만한 게임이 매력적인 공격 목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업계도 지금까지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소홀한 면이 있었다”면서 “사행성을 조장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할 생각을 하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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