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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전만사]"올해의 신가전 나야 나"…식기세척기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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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편집자주] 가전제품이 생활의 일부가 된지 오래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이 삶의 트렌드를 만들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머니투데이 전자팀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世上萬事)'을 '가전(家電)'을 통해 들여다봅니다.

[최근 판매량 비약적 성장…20년도 더 된 식기세척기, '히트 신가전' 등극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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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 3월 7년 만에 프리미엄 식기세척기 ‘LG 디오스 식기세척기’를 출시했다. /사진=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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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세척기 완전 강추요.^^ 건조기보다 강추예요."

"식기세척기는 혁명이에요! 이거 없이 지낸 그동안의 세월이 미련해 보여요ㅜㅜㅜㅜ 전 건조기보다 더 만족해요 ㅎㅎㅎ 필수예요 진짜."

"아침 점심 저녁 애벌해서 싹 몰아넣고 한 번에 돌리니 일이 많이 줄어요."

최근 맘카페에선 식기세척기에 대한 문의와 후기가 줄을 잇는다. 특히 지난해 '신가전' 돌풍을 일으켰던 의류건조기를 잇는 히트상품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식기세척기가 국내에 상륙한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를 사실상의 식기세척기 원년으로 보고 있다.

◇'오래된 가전' 식기세척기의 역습= 식기세척기는 아파트 보급이 확산되고 생활패턴이 서구화된 90년대 외산가전으로 처음 국내 주방에 선보였다. 1991년 쌍용계열 승리전자가 독일의 밀레 식기세척기를 수입했다.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도 이 시기 등장한 외국산 가전제품으로 시장에 안착해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접시 문화가 익숙한 유럽에서 개발된 식기세척기는 오목한 밥그릇과 끈적한 쌀밥 위주의 국내 식문화와 맞지 않았다. 세척력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비자의 불신을 샀다.

SK매직(구 동양매직)은 4년의 연구개발 끝에 1993년 국내 최초로 한국형 식기세척기(12인용)를 개발, 출시했다. 밥풀 세척력을 높이기 위해 온수를 겸용했는데, 냉·온수 겸용 기능은 세계 최초였다. 당시 식기세척기 보급률은 0.3%에 불과했으며 수입품이 내수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LG전자는 1995년 처음 식기세척기를 으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식기세척기 시장은 25년간 점진적으로 커져왔으나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건 최근 들어서다. 2016년 6만5000대에 불과했던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은 2017년 7만8000대, 2018년 10만2000대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는 1분기 판매량만 4만7000대를 기록해 올해 연간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자랜드는 2019년 주목할 가전제품 중 하나로 식기세척기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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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점유율 68지하는 SK매직은 이 시장을 키운 일등공신이다. 매년 신제품을 내놓아 라인업이 25개에 이른다. 최근엔 국내 대기업도 식기세척기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 3월 7년 만에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신제품을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이달 4인 이하 소형 가구에 최적화된 식기세척기(8인용) 신제품을 출시했다. '셰프컬렉션'이나 B2B(기업간 거래) 상품 외에 삼성전자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첫 식기세척기다.

업계 관계자는 "식기세척기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10 정도로 미성숙했다"며 "LG전자가 올해 신제품을 내놓으며 전격적인 마케팅을 다시 시작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이다. 올해를 식기세척기의 원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신가전'으로 떠오른 이유는= 식기세척기가 갑자기 신가전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식기세척기의 성능 개선과 소비자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은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게 포인트인데 건조기가 뜨면서 가사의 거의 모든 영영이 정복됐다"며 "남아있는 대표적인 영역이 식기세척기다. 왜 설거지만 손으로 해야 하냐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를 극복할 기술의 제품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기세척기는 세척력에 대한 불신과 설치 공간의 제약, 전기세 등 에너지 문제로 인해 오랜 기간 대중화되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가 기술력으로 차츰 개선되고 편의성도 높아져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했다. 기존의 12인용 스탠드형뿐 아니라 소형 가구에 적합한 8인용, 6인용, 슬림형, 콤팩트형 등이 개발됐다.

특히 각사는 한국이 주로 쓰는 식기가 잘 씻기도록 각종 노하우를 발전시켜왔다. 밥그릇·국그릇 등 식기별로 특화된 바스켓을 제작하고 세척 사각지대가 없도록 세척 날개와 물살을 디자인하는 게 핵심이다. SK매직은 4D 회전날개를, LG전자는 '토네이도 세척 날개'를 이용해 식기를 구석구석 세척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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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부산대가 '식기세척기와 손 설거지 비교 행동연구'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LG전자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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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최근 부산대 감각과학연구실과 함께 '식기세척기와 손 설거지 비교 행동연구'를 진행, 식기세척기가 손 설거지보다 세척력이 26% 뛰어나고 물 사용량이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계란후라이와 고춧가루 등으로 일상적인 밥상을 재현한 뒤 같은 식기와 음식물 등 동일한 조건에서 한 쪽은 식기세척기에 돌리고 한 쪽은 손 설거지를 해서 다양한 평가항목에 대해 연구원들이 전수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맞벌이 가구가 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중시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가사노동 시간과 강도를 최대한 줄이려는 젊은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애벌세척을 하더라도 식기세척기의 도움을 받는 게 편리하기에 구매한단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세대는 식기세척기에 수반되는 노동을 하느니 손으로 씻고 말았다면 요즘 세대는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은 사려는 심리가 강하다"며 "과거 선택의 영역이었던 제품들이 필수가전으로 자리잡는 트렌드"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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