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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조종하는 ‘SF 전투기’ 국내 개발되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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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F-35A가 충북 청주기지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인공지능(AI)에 의해 비행과 전투가 이뤄지는 지휘통제시스템, 수초만에 목표물을 파괴하는 레이저 무기, 음속의 5배에 달하는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엔진까지….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SF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6세대 전투기의 모습이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공군이 6세대 전투기 개발의 필요성을 공식 언급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F-35A 전력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6세대 전투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지만, 첨단 무기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소요되는 예산도 적지 않은 반면 공군의 전력공백 위험은 커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개발 컨셉과 전략 등을 미리 수립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국내 기술 수준과 경제력 등을 감안할 때, 6세대 전투기를 국내 개발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공군, ‘6세대 전투기 확보’ 여론몰이

박기태 공군본부 전략기획차장은 22일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사)대한민국 공군발전협의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항공우주력 건설’ 안보학술회의에서 “현재 운용 중인 KF-16 전투기가 퇴역하는 2040년 이후 발생할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한 6세대 첨단전투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군이 F-35A를 뛰어넘는 수준의 전투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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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AE 시스템스가 구상한 미래 6세대 전투기 상상도. 2040년대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BAE 시스템스 제공


박 차장은 6세대 전투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에 의한 지휘통제 체계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레이저 무기와 전자전 장비, 엔진 등을 유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와 빅데이터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과 주변국 공군전력 증강 등을 감안할 때, 6세대 전투기는 2030년 이후에 실용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박 차장은 전망했다.

박 차장은 구체적으로 극초음속 엔진, 적외선 및 광학 탐지 회피 스텔스 기능, 고용량 네트워크 기술, 유무인 복합운용 개념 등이 6세대 전투기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능과 기술은 적에게 탐지되지 않으면서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비행하는데 필요하다. 그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KF-X)에 적용된 이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6세대 전투기를 전력화해야 하며, 목표 시기는 2035년 이후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공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신형 전투기 도입에 소요되는 시간이 20∼30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F-4를 비롯한 기존 전투기의 퇴역 시기가 가까워지고 전력공백 우려가 높아지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중국, 일본 등이 2030년대 이후에 사용할 6세대 전투기와 무인전투기 개발에 나서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협이 증대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6세대 전투기 개발을 공군이 공식 언급하면서 공군의 전투기 보유 대수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공군 전투기 보유 규모에 대한 연구는 2005~2018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그 결과 430~640여대 수준이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같은 규모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투기 가격이 매우 비싼 상황에서 기존 전투기를 1:1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공군이 2020년대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전투기는 F-35A 20대 정도지만, 퇴역할 F-4와 F-5 전투기 숫자는 이보다 많다.

여기에 6세대 전투기에 대한 소요제기까지 더해지면 적정 전투기 규모에 대한 재산정이 불가피하다. 고성능 전투기와 지상군 지원 위주의 전투기를 결합한 형태의 전력구조인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도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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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16 전투기가 출격을 앞두고 연료를 공급받고 있다. 미 공군 제공


◆6세대 전투기 개발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6세대 전투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이 개발에 착수한 상황인데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이 우선인 국내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와 독일이다.

미국은 지난해 합동인공지능센터를 창설해 AI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합동전투기(JSF) 사업에서 록히드마틴의 F-35A에 패한 보잉도 내부적으로 6세대 전투기 관련 기술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록히드마틴은 F-35A 생산과 개량 작업에 집중하느라 6세대 전투기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며 “2030년 이후에 등장할 6세대 전투기는 보잉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알리바바와 화웨이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를 적극 지원하면서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F-2 전투기 생산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6세대급인 무인전투기 오크호트니크 연구개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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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공개한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BAE 시스템스를 비롯한 유럽 방산업체들이 참여했다. 게티이미지


영국은 세계적인 전자전 기술을 갖춘 BAE 시스템스와 유럽 항공무장업체 MBDA 등이 참여한 가운데 템페스트라는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중이다. 프랑스와 독일도 2030년대를 목표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합의한 상태다.

6세대 전투기 개발의 핵심은 AI와 전자전 기술이다. AI를 통해 전장 환경에 맞는 정보를 융합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적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전자전을 통해 조종사와 전투기를 보호하는 것이다.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국가들은 이같은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투자도 해외 선진국보다 수년 정도 늦어진 상태다. 독자 개발 과정이 험난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예산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KF-X 개발 및 생산비는 18조원으로 추산된다. 6세대 전투기는 KF-X보다 생산 규모가 적을 가능성이 높지만, 첨단 장비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다수 적용되는 만큼 연구개발비는 KF-X(8조8000억원) 못지 않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독자 개발보다는 유럽의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의 경우 공동개발 파트너를 모색중이며, 스웨덴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동개발에 참여하면 적은 비용으로 전투기를 만들 수 있고, 첨단기술 습득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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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X-47 무인기. 6세대 전투기는 유·무인 통합체계에 의해 임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KF-X 개발에 인력과 예산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눈을 돌릴 여력은 없다는 반론도 있다. 미국의 F-15E에 공군의 요구를 반영한 F-15K를 도입한 것처럼, 선진국에서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면 국내 실정에 맞게 일부 개량을 거쳐 전력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첨단 장비가 다수 탑재되는 6세대 전투기는 2030년대 이후 전장을 지배할 ‘게임 체인저’다. 선진국들이 일제히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이같은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의 전력증강에 맞서야 하는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방식의 군비경쟁이 불가능하다. 경제력의 차이 때문이다. 최첨단 무기를 일부 보유하는 방식으로 억제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6세대 전투기 도입의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기술 수준이나 예산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선진국 개발 추세를 주시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6세대 전투기 컨셉과 운용전략 등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2030년대 한반도 상공은 중국과 일본의 6세대 전투기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다. 6세대 전투기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해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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