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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직 제때 못 물러났더니…‘정치인 김현미’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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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지정에 지역구 일산 집값 하락… 주민들 반발

후임 낙마로 유임, 계획표 꼬여… 김현미 “내년도 일산 출마”
한국일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3기 신도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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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많이 씁쓸하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씁쓸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19대 총선에서 50% 가까운 득표율로 3선 의원이 된 김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고양시 정)를 떠날 거란 소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김 장관의 경기지사 출마설, 고향인 전북 정읍 출마를 위한 주소 이전설 등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여기에 총리 기용설, 청와대 행정관의 일산 출마설까지 더해졌다. 모두 김 장관이 내년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을 거란 전제에서 나오는 소문들이다.

이런 소문들이 본격화된 건, 일산 인근인 고양시 창릉동이 최근 3기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된 이후부터다. 3기 신도시가 가뜩이나 어려운 기존 신도시의 여건을 더 악화시킬 거란 전망에 지역 여론은 들끓고 있다. 지난 18일 ‘일산신도시연합회’ 소속 5,000여명(주최측 추산)은 일산 서구에서 3기 신도시 반대 집회를 열고 “(김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인 일산을 제물로 바친 것"이라는 표현까지 했다.

사실 이런 그림은 김 장관이 계획한 게 아니다. 지역구 재선에 장관 경력까지 더해 애초 김 장관의 4선 가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계획표가 꼬이기 시작했다.

따져보면 장관 자리에서 제때 물러나지 못한 영향이 가장 크다. 청와대가 김 장관의 후임으로 지난 3월 지명한 최정호 전 전북 부지사가 ‘다주택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김 장관의 임기는 어쩔 수없이 연장됐다.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 3기 신도시 발표는 원래 후임자가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임기가 연장되면서 김 장관이 총대를 메게 됐다.

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토부 장관에 내정되자 관가는 술렁거렸다. 국토ㆍ교통 관련 부처 장관에 여성이 지명된 건 정부 수립 이래 처음이었다. 국회 국토교통위 활동 경험조차 없어 전문성 부족 우려도 샀지만, 김 장관은 부동산 시장 안정, 맞춤형 주거복지, BMW 차량 화재 등 굵직한 이슈를 큰 과실 없이 처리했다는 평가를 당ㆍ청으로부터 받아왔다.

아직 청와대가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김 장관은 최소 연말까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에는 3기 신도시 지정 못지 않게 유권자를 자극할 수 있는 현안이 산적해있다. 정부는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해 경기도 등의 시내ㆍ광역버스 요금을 올리고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버스 파업은 막았다 해도, 9월쯤부터 현실화될 버스요금 인상을 달가워할 유권자는 없다. 장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난감해 질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타다 등 차량공유업체와 택시업계 갈등, 택시-카풀 갈등 등 남은 불씨들도 여전하다.

그렇다 보니 김 장관이 과연 국회로 돌아갈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변에선 연말까지 현안을 풀어내고 복귀하거나,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이번 정부 마지막까지 장관직을 수행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거론된다.

김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다른 지역구를 선택할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다. 그는 “일산 아닌 다른 지역 출마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이 당초 계획과 달리 유임되면서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수행한 것일 뿐인데 그 결과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짝사랑’으로 종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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