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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웨덴 대 인도' 유튜브 구독자 1위 쟁탈전, 왕좌는 인도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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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유튜브 버전 '왕좌의 게임'

유튜브 제국의 패권을 놓고 벌어진 인도 대 스웨덴 간 '왕좌의 게임'은 인도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지난 6년간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세계 1위를 고수했던 스웨덴의 BJ '퓨디파이'(PewDiePie·본명 페릭스 셸베리·30)와 그 뒤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결국 1위 자리를 빼앗은 인도의 음악 회사 '티시리즈(T-series)' 간의 경쟁 얘기다.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둘의 경쟁은 개인 대 대기업, 동양 대 서양이라는 대결 구도뿐만 아니라 누가 유튜브 최초로 구독자 1억명을 달성하느냐도 관전 포인트였다. 수천만명의 유튜브 사용자들이 이 경쟁에 참여하면서 뉴욕타임스·BBC 등 해외 언론도 이 둘을 인터뷰하는 등 주목했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인도의 민족주의, 구독자 수 조작 의혹, 인종 혐오 논란 등 각종 문제가 얽혀 들어갔고 급기야 인도 정부까지 끼어드는 사태로 발전하기도 했다.

잘생긴 외모에 게임 방송으로 한 해 100억원씩 벌어들인 유튜버

퓨디파이는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들의 우상이자 유튜브 1인 방송 시대의 상징 같은 존재다. 스웨덴 예테보리 출신의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던 그는 1인 방송이 태동하던 2010년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방송을 시작했다. 주로 자신이 인터넷 게임을 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거나 프로게임 리그 중계 같은 걸 했는데, 금발에 배우 뺨치는 외모, 재치 있는 입담 등으로 주목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13년 사상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 세계 구독자 1위에 오른 뒤 6년간 왕좌를 지켰다. 거대한 구독층을 등에 업고 광고 수입이나 책 판매 등으로 한 해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갑부 대열에 오른 것은 물론이다.

조선일보

지난 6년간 유튜브 구독자 수 1위를 지켰던 스웨덴의 BJ 퓨디파이(위쪽). 그는 작년 10월부터 인도의 음악회사 ‘티시리즈’가 만든 유튜브 채널(아래쪽)과 1위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13억 인구의 지지를 등에 업은 티시리즈의 승리로 끝이 났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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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했던 퓨디파이의 아성에 도전한 것은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 사운드트랙의 제작·유통을 본업으로 하는 음악 회사 티시리즈였다. 이 회사는 2010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간간이 자사에서 제작한 가수 음악 영상 등을 올렸지만 눈에 띄는 유튜브 활동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티시리즈의 구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인도에 스마트폰과 통신망이 보급되면서 유튜브 사용자가 늘어난 데다 티시리즈가 자사에서 보유한 각종 발리우드 영화 음악 및 뮤직비디오 같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둘 간의 경쟁은 작년 10월 퓨디파이가 자신의 계정을 통해 티시리즈가 유령 계정 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구독자 수를 늘리고 있다고 '저격'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당시 퓨디파이의 구독자 수는 약 6700만명으로 티시리즈(약 6600만명)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상황이었다. 퓨디파이의 팬클럽과 동료 유튜브 BJ들은 '퓨디파이 1위 지키기'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돈을 모아 미국 등 전 세계 라디오 방송과 도심 전광판 등에 퓨디파이 채널을 구독해달라는 광고를 내는가 하면 전 세계 각지의 프린터를 해킹해 '퓨디파이를 구독해달라'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출력되도록 하는 사이버 테러를 저지른 팬도 있었다. 이런 지지 운동에 힘입어 퓨디파이 구독자 수는 6개월간 무려 300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13억 인도의 반격에 인종 혐오 문제까지

인도도 이런 퓨디파이 측의 캠페인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인도의 언론은 물론 일반 사용자들이 티시리즈를 구독하자는 각종 광고나 홍보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퓨디파이의 구독층이 주로 유럽과 북미 지역에 집중된 반면 티시리즈의 구독층은 90% 이상이 인도인이었다. 하지만 물량 면에서 유럽과 북미가 인구 13억명에 이르는 인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작년 기준 인도 전역에 보급된 스마트폰은 3억대가량이고 향후 성장세가 더 가파를 전망이다. 이 거대한 인구의 지지를 업은 티시리즈는 퓨디파이를 바짝 따라잡았고 마침내 지난달 퓨디파이를 제치고 구독자 수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한 달여간 양측은 엎치락뒤치락하며 1위 쟁탈전을 벌였지만 티시리즈가 퓨디파이와의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달 말 퓨디파이가 공식적으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경쟁은 일단락됐다. 23일 현재 티시리즈의 구독자 수는 9741만여명으로 퓨디파이(9602만여명)를 압도하고 있다.

BBC는 "경쟁 덕분에 퓨디파이와 티시리즈 둘 다 구독자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3000만명 이상 증가했다"며 모두가 승리자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쟁으로 인한 후유증도 적잖았다. 퓨디파이는 지난 10일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내 계정을 구독해달라는 캠페인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이슬람사원 총기 난사범이 평소 퓨디파이 구독 캠페인을 펼치고 다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탓이다. 이 영상에서 그는 "인도 정부에서도 인도인에 대한 인종 혐오 등을 우려하며 구독 캠페인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브스 등 외신들은 티시리즈가 올해 상반기 안에 구독자 1억명을 돌파하고 이후에도 오랜 기간 왕좌를 지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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