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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지시’ 김태한 구속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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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분식회계·증거인멸 의혹'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2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김태한(62)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삼성 최고위층을 향해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25일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5시간여에 걸쳐 김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이날 오전 1시30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5일 회의의 소집 및 참석 경위와 회의 진행 경과, 그 후 이뤄진 증거인멸 내지 은닉행위의 진행 과정, 김 대표의 직책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대표와 함께 구속 심사 대상이 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모(54)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54) 삼성전자 부사장은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22일 검찰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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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증거인멸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은 상위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보강 수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17일 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지난 24일에는 바이오로직스 보안 실무 담당 직원 안모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이들의 증거인멸 과정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된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소속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소속 서모 상무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구속 이후 증거인멸과 관련해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및 관련자 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와 ‘합병’, ‘미전실’ 등의 단어가 삭제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이 부회장과 바이오에피스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 대표와의 통화 내용, 이 부회장이 바이오에피스 측으로부터 사업 내용 등을 보고받은 내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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