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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 된 주미대사관·외교부…보안시스템 재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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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강해이 논란 이어 정상 통화 유출

엄중 문책 예고에 외부접촉 피해

통화내용 직원들 회람 범위도 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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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 ㄱ씨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미대사관은 물론 외교부도 ‘쑥대밭’이 된 분위기다. 외교관이 ‘3급 비밀’을 정치인에게 유출했다는 점 자체가 충격적인데다 ‘구겨진 태극기’ 등 잇단 실수에 더해 부적절한 처신을 한 대사들까지 소환되며 외교부 ‘기강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터진 대형 사고여서 더욱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다.

24일 <한겨레>가 확인한 다수 외교관의 공통된 반응은 “(ㄱ씨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대통령 대화록,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미 정상 대화 내용은 무조건 3급 비밀이라 부내에서도 담당 부서 외엔 보안으로 한다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업무상 필요 때문에 (권한 없이) 봤다고 해도 (유출한 것은) 어떻게 봐도 방어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한 간부급 외교관은 “왜 국회의원에게 유출했는지 의아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주미대사관의 분위기는 더 침울하다. 대사관 주요 부서 직원들은 이번 일이 알려진 뒤 기자들의 접촉을 피하고 있고, 연결이 되더라도 “아는 게 없다”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직 외교관의 전례 없는 기밀 유출을 둘러싼 외교부의 위기감은 이날 취임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의 발언에 고스란히 담겼다. 조 차관은 “외교부는 지금 비상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와 범법행위가 적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엄중한 문책 조치”를 예고했다.

이번 사건으로 ㄱ씨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주미대사관 등 외교부 전반의 보안시스템도 점검 대상에 올랐다. ㄱ씨가 유출한 내용이 조윤제 주미대사 앞으로 보낸 친전인데 열람 권한이 없는 직원들까지 본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그동안 공관에서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대사 친전도 내부에서 회람 대상을 정해 제한적으로 열람해왔으며, 실제 필요한 일상 업무에 해당한다는 게 외교부 쪽 설명이다. 보안 규정상 허점으로 볼 수 있어, 현재 외교부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진다. ㄱ씨가 회람 대상이 아니었을 경우 그 관리에 대한 책임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돼 외교부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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