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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온 ‘오월 폭염’…온난화의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수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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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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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폭염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해 여름은 기상 관측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는데 매년 경신되는 신기록을 스포츠 중계 보듯 할 수 만은 없다. 온난화로 많은 생명체가 멸종위험에 처해있고 남태평양의 도서 국가들은 금세기 중에 영원히 물에 잠겨버릴 지도 모른다.

이 와중에 온난화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 빙하가 녹아 북극 개발이 용이해지면서 북극 인접 국가들이 자원 개발에 눈독을 들인다. 북극에는 세계 석유매장량의 13% 수준인 900억에서 1600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다고 한다. 화석연로의 무절제한 사용으로 온난화가 초래됐고 이 때문에 빙하가 녹아내렸다. 빙하가 줄어들면서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소위 알베도(albedo) 효과가 떨어져 온난화가 가속되는 마당에 또 다시 북극에서 화석연료를 채굴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은 뭔가 불길한 악순환의 늪에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한국도 온난화의 덕을 좀 볼 모양새다.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에 새로운 뱃길이 생겼다. 화물선이 부산에서 유럽까지 가려면 수에즈 운하를 거처 2만100㎞를 운항해야 하는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이보다 7400㎞나 줄어들어 34일 걸리던 시간을 열흘 이상 앞당길 수 있다. 물류비용이 낮아져 물동량이 늘고 북극항로 운항을 위한 선박건조 수요로 우리나라 조선업에 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산항이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아시아 물류의 중심지로서 혜택을 톡톡히 보게 될 것이다.

온난화에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가 있게 마련이고 그 와중에 어부지리의 수혜자도 생긴다.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들은 막대한 화석에너지를 사용해 성공을 이뤘으므로 온난화에 책임이 있다. 파리기후변화체제에서는 선진국들로 하여금 개도국을 돕는 녹색기후기금(GCF)을 탄생시켰다. GCF는 2020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를 모아 현재의 세계은행을 넘어서는 규모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북극 해빙으로 덕을 보는 수혜자와, 터전이 수몰될 피해자와의 사이에 아직 어떠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혜자 잘못이 아니므로 피해자를 나몰라라는 것은 지구촌 공동체를 함께 살아가는 인류의 자세가 아니다. 비가 온다고 우산장수가 짚신장수를 굳이 걱정할 필요가 있겠나마는 그들이 형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장수가 짚신장수를 도와야 하고 맑은 날에는 짚신장수가 우산장수를 돕는 것이 형제의 도리일진데 그들의 어머니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던 모양이다. 형제애를 제대로 가르쳤다면 어머니는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우애를 나누는 아들들로 인해 항상 흐뭇하였을 것이지만 그러지 못해 걱정 속에 살아가는 것은 어미의 업보다.

온난화로 혜택을 얻게 된다면 피해자와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국제기구인 GCF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끄러운 짐이 될 것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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