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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양산 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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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나쁜 소식 하나. 정자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 1992년 영국 의학회보는 50년 동안 같은 정자 수를 유지한 비율이 16%에 불과하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세계적 유전학자인 브라이언 사이키스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아담의 저주>에서 나쁜 정보를 추가했다. 남성을 결정하는 Y염색체가 쇠퇴하고 있으며, 12만5000년 뒤에는 생식력이 1%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결국, 남성이 사라진다면 인류도 멸종한다.

지구상에서 멸종은 흔한 현상이다. 인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래도 멸종을 피하고 싶으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고 한다. 두더짓과인 엘로비우스 루테센스는 수컷의 Y염색체가 사라졌는데도 생존한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Y염색체의 역할을 다른 염색체에 맡긴 결과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겉은 남성이지만 염색체는 XX인 여성이 탄생한다. 굳이 이렇게 해서라도 남성이 존재해야 할까? 남성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다. 전쟁, 연쇄살인, 문명파괴는 거의 남성에 의한 것이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공감능력, 적응력도 떨어진다. 노년기에 남성은 고립되지만, 여성은 여전히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자는 실패작이다.

그래서 사이키스는 남자를 포기하자고 한다. 남자가 없어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핵을 제거한 난자에 다른 난자로부터 추출한 핵을 주입해 수정시키는 것이다. 시험관 아기와 다를 바 없이 간단하다고 한다. 벨기에 생물학자인 디르크 드라울란스도 소설 <붉은 여왕>에서 난자·난자 수정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행히 Y염색체 쇠퇴가 과장이라는 반론도 있으니 남성이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쓸모를 입증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여성이 하는 걸 따라하는 게 최고다.

최근 일본 정부가 올여름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남성도 양산을 쓰는 캠페인을 정부 차원에서 펼치기로 했다. 더우면 햇볕을 막아야 한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다. 여성은 그렇게 하는데, 남성은 못한다. 남성도 나쁜 일, 위험한 일을 피할 능력이 있는지 인류 최초로 일본 남성이 입증할까? 여름이 기다려진다.

이대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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