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사설]격화되는 미·중 ‘화웨이 제재사태’ 신중 대응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중 간 무역갈등의 파장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제재 강화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금지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제재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미국기업인 구글·인텔·퀄컴 등에 이어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 보다폰, 일본의 파나소닉, 대만 기업들도 거래 중단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 제재가 미·중 간 갈등의 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은 한국에도 LG유플러스 사례 등을 들어 거래제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무선 통신장비를 기반으로 5G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깊이 연계돼 있다”면서 관계단절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자이자 파트너다. 화웨이가 타격을 입을 경우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반대로 화웨이가 국내에 많은 통신장비를 설치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한국 기업이 막대한 부담을 질 수도 있다. 더욱이 중국은 한국의 주요수출국이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에 달한다. 한국으로서는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 좋을 게 없다. 이미 사드사태에서 경험한 바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미·중 갈등이 조기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미·중 갈등은 무역을 넘어 기술패권을 장악하려는 힘겨루기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같은 차세대 첨단 기술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술굴기를 내세우는 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중국 정부는 미 국채 투매 등을 대응 조치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산업의 원자재인 희토류도 무기화할 태세다.

미·중 간 갈등이 증폭될수록 한국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한순간의 오판이 장래에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수명이 다한 건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수수방관할 수준을 넘어 선택의 순간이 올 수 있다. 최선의 대책을 짜야 할 것이다.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