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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절대적 팔로우'가 '치명적 인플루엔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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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플루언서 권능을 앗아갔나

'임블리 사태'로 본 인플루언서 브랜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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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호박즙’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임블리’ 임지현 상무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7월1일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 역할을 그대로 이어간다고 밝히면서다. 인플루언서로 급격히 뜬 뷰티 브랜드뿐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끈 브랜드들까지 ‘임블리 사태 여파’를 맞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던 유통업계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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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브랜드’ 벗어날 수 없는 한계=지난 20일 임블리의 운영사 부건 에프엔씨는 사건이 불거진 지 약 4개월 만에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 상무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인플루언서 역할만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논란의 중심인 임 상무가 간담회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임 상무는 기존에도 경영 전반보다는 브랜드 홍보대사 격의 역할을 맡았다. 상품 개발 단계에서 고객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도 했으나 여타 인플루언서들과 크게 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영은 남편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가 맡아오고 있었다. 박 대표는 이날 부건에프엔씨 대표는 유임하고 임블리의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를 운영하는 부건코스메틱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상무가 인플루언서로서 6월부터 정기적인 소비자 간담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들이 가장 분노를 표출한 것이 ‘고객 응대’였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고객들은 임 상무가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임블리 측이 임 상무를 완전히 떼놓을 수 없는 것은 브랜드의 이름부터 제품 개발, 홍보까지 임 상무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임블리가 이만큼 성장하기까지는 고객들의 지지가 가장 컸다. 팬들은 그가 배우 지망생, 피팅 모델을 거쳐 여성 사업가, 엄마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며 열광했고 임 상무가 추천하는 제품을 믿고 샀다. 2013년 오픈 당시 직원 3명, 연 매출 3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온라인 쇼핑몰은 어느새 1,7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임블리 측이 기대하는 것도 현재 고비만 넘기면 인플루언서로서의 임블리에 고객들이 다시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 이 같은 해결책은 여타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이지 못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뷰티기업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 이 정도 규모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담당자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임블리가 개인 브랜드이며 가족 회사라는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자체가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

제품 하자 발생해도 책임범위 모호

불신 불거져 SNS 마케팅 ‘빨간불’


◇대기업 노하우 압도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SNS 마케팅의 폭발력이 커짐과 동시에 스피커 역할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역할도 증대됐다. 제조사들은 기존의 유명 연예인 마케팅보다 상대적으로 모델료가 저렴하면서도 10~20대에게 소구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SNS에서 마켓을 열거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입소문을 통해 규모를 키워나갔다. 임블리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특히 후기·입소문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뷰티업계의 경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가장 효과가 크다. 아모레퍼시픽의 고위 관계자는 “어떠한 마케팅 방법으로도 SNS로 뜬 브랜드에 대항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성 뷰티 브랜드에서 눈길을 돌린 소비자들은 새롭게 생겨난 브랜드에 호기심을 보였다. 기초와 색조 등 카테고리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인플루언서 및 SNS 브랜드 열풍에도 당분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지난 21일 임블리 기자간담회 이후 소비자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며 중단했던 온라인 판매를 재개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인플루언서 개인을 내세운 브랜드뿐 아니라 화장품 분석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입소문을 탄 브랜드들에 대해 입점 시 MD 회의체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시킬 때 입점 제안서 등 서류를 여러 카테고리의 MD들이 함께 검토하고 상품 품평회를 통한 제품 품질 테스트, 기업 신뢰도 평가를 거쳐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점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H&B스토어들은 SNS상에서 화제가 된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입점시키며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통업체가 입점하는 모든 업체의 제품을 꼼꼼히 살피기는 어렵다. 결국 한계를 느낀 소비자들은 기성 뷰티 브랜드들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SNS상에서 떠오른 인디 브랜드에 소비자를 빼앗겼던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 등 기성 뷰티업체에 다시 ‘반전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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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 화장품 관계자는 “SNS에서 입소문을 탄 브랜드의 경우 어떤 강력한 마케팅보다도 더 빠르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며 “학습효과로 소비자들이 화장품의 성분뿐 아니라 사후 테스트, 기업 신뢰도 등 더 꼼꼼하게 살핀 뒤 구매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도 최근 SNS 브랜드의 입점 기준을 완화하는 안을 검토했다가 임블리 사태가 불거진 후 이 같은 논의가 쏙 들어갔다.

뷰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뷰티 시장 붐을 이루고 있는 중소 규모의 뷰티 브랜드 가운데 브랜드 파워가 약하지만 품질력이 우수한 제품들이 많다”며 “이번을 기회로 소비자들이 한층 더 똑똑한 선택을 통해 옥석을 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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