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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택시기사 월급제는 출발도 못했는데…플랫폼 택시만 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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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열린 '상생협약식'…정부‧여당‧타다 성토장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택시연합회관 5층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체결한다는 이른바 '상생협약식'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작 이날 상생 협약식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는지,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에 구체적으로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이날 행사의 성격과 정식 명칭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의 말이 다 달랐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구체적인 모델이 거론될 것이라는 전망부터, 규제 완화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만 교환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중구난방이었다.

뭔가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행사 직전까지 계속됐다. 예정됐던 행사 시간은 오후 4시가 됐지만 행사에 참여할 당사자들이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들렸다. 행사를 기다리던 기자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택시업계를 대표하는 4단체는 전국택시노조(한국노총), 민주택시노조(민주노총), 택시연합회(법인택시), 개인택시운송조합 4곳이다. 이날 행사를 사실상 주최한 택시연합회와 카카모빌리티를 제외한 나머지 3단체의 대표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행사 예정시간보다 50분을 훌쩍 넘겼을 무렵, 전국택시노조 강신표 위원장과 민주택시노조 구수영 위원장이 등장했다. 하지만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박권수 이사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나타나지 않았고, 4개 단체 가운데 3개 단체만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됐다.

가장 먼저 발언을 시작한 전국택시노조 강신표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격렬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타다'가 불법이라는 걸 국토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택시노조 구수영 위원장 역시 "사회적 대타협 이후에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이 당리당략적 접근을 버려야 한다"면서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역시 이날 회의 주제인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에 대한 얘기보다 정치권의 책임에 방점이 찍혔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날 행사의 주제인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에 대해 얘기한 건 박복규 택시연합회장이었다. 박 회장은 국토부가 규제를 풀어야 국민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를 드릴 수 있다면서 "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하루라도 빨리 좋은 상품을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과 타다에 대한 성토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을 무렵,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박권수 이사장이 회의장에 뒤늦게 등장했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회의장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아직 조합 내부의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말만을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박 이사장은 자리를 떠나면서 이날 행사가 열리는지를 행사 직전에서야 통보 받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원래 알려졌던 행사의 취지와는 사뭇 다른 톤의 발언을 내놓은 택시노조, 뒤늦게 나타나 황급히 사라진 개인택시운송조합 이사장까지. 이날의 '상생협약식'은 그렇게 어색하게 끝났다. 회의에 참석했던 카카오모빌리티의 관계자들조차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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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체 요구하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란?

행사는 어색하게 끝났지만, 이날 행사를 어떻게든 성사시키려 했던 법인택시연합회 측의 집요한 의지는 돋보였다. 왜 이렇게까지 행사를 밀어붙일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법인택시 업체들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는 대체 뭘까. 일단 막연하게 느껴지는 '플랫폼'이란 단어의 정의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플랫폼의 사전적 정의는 승강장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려고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이다.

승강장인 '플랫폼'을 현대적 개념으로 재해석하면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나 거래가 일어나고 참여한 이들에게 수익과 효용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이런 맥락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T'는 하나의 운송서비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T'는 택시나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과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을 이어준다.

자연히 의문이 생긴다. 지금도 전국 택시 대부분은 '카카오T'라는 플랫폼을 통해 승객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이미 '플랫폼 택시'는 우리의 일상 근처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결국, 택시사업자들이 원하는 건 이미 보편화한 '플랫폼 택시'가 아니라 '규제혁신형'이라는 단서 조항이다.

'규제혁신형'이라는 단어도 좀 모호하게 느껴진다. 사실 쉬운 말로 바꾸면 '규제 완화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택시 운행의 법적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택시에 대한 촘촘한 규제가 있다. 미터기를 이용한 요금 체계, 사업구역의 구분, 차종 등 규제의 종류와 범위도 다양하다. 이 규제를 완화한다는 이야기다.

택시업체들은 이 같은 규제를 풀어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차량공유서비스 등 신규 운송서비스와 경쟁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추진이 지난 3월 도출된 '사회적 대타협안'에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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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제'와 '감차' 시작도 못했는데…난감한 정부

문제는 승객들의 부담이다. 다양한 규제 중에 업체들이 가장 풀고 싶어하는 건 역시 요금 규제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가는 '고급형 택시', '대형 택시'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요금만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모델은 시간대에 따라 현재 택시요금보다 1.5배에서 3배까지 요금이 더 비싸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출범한 프리미엄 플랫폼 택시 '웨이고 블루'역시 '요금만 더 비싼 택시'라는 비슷한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규제완화형 플랫폼 택시'가 택시업체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안의 취지에 따라 '택시월급제'와 '감차'라는 난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택시월급제(전액관리제)'는 법인택시 소속 기사들이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내는 사납금 대신, 수익 전부를 회사에 내고 최저임금 이상 수준의 고정적인 기본급을 받는 제도다.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이 같은 택시월급제를 뒷받침할 법안이 박홍근 의원의 발의로 지난 3월 국회 국토교통위에 제출됐지만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회는 멈춘 상태다. 사회적 대타협안에 참여했던 법인택시 업체들은 막상 관련 법안이 심사에 오르자, 입장을 바꿔 반대의견을 제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월급제'가 법인택시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문제라면 '감차'는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전국적으로 과잉 공급된 택시는 약 18%인 것으로 추산된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감차가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차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업체들의 소극적 참여와 감차보상금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의 어려움이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준상 국토부 신교통개발과장은 "국회가 열리면 관련 법안통과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전까지 모든 논의를 멈출 수는 없다"면서 "월급제와 감차를 위한 사전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에 대해서는 "월급제에 대한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진 이후에 플랫폼 택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이 도출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던 당시의 감동은 이미 잊혀진 지 오래다. 공전하고 있는 국회의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택시 4단체 등 택시업계와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운송서비스의 개선을 바랐던 승객들의 기대감이 완전히 식어 냉소로 변해버리기 전에 말이다.

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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