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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영화와 정치]하태경과 김판호?···‘범죄와의 전쟁’ 못잖은 바른미래당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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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24일 손학규 대표를 향해 허리 굽혀 사과했다.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그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고 한 발언이 물의를 빚은 탓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상발언만 하겠다”며 말문을 연 하 의원은 “어제 손 대표님을 찾아뵙고 직접 사과를 드렸다. 밤늦은 시간 결례가 되는데도 흔쾌히 사과를 받아들여주시고 격려해주신 손 대표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 혁신과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다투고 논쟁하더라도 손 대표님 말씀처럼 정치의 금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발언을 마친 하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왼쪽에 앉은 손 대표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손 대표는 일어나 하 의원의 어깨를 두드린 후 그와 악수를 나눴다.

손 대표가 사과를 받아들인 모양새지만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보긴 어렵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먼저 발언을 시작한 손 대표는 “어르신에 대한 비하성 발언으로 상처를 입으신 전국 어르신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당을 대표해 제가 대신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어르신 비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의 어르신들께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 의원을 압박했다.

또 “저는 개인적으로는 사과를 받지 않아도 좋다. 또 그것이 진심이라면 사과를 얼마든지 받아드린다”라고 말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중 한 장면 (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아래) <연합뉴스>


■같은 듯 다른… ‘범죄와의 전쟁’과 바른미래당

“거 아까 일은예, 제가,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직폭력배 김판호(조진웅 분)는 최익현(최민식 분)에게 폭력을 행사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지만, 이를 갈며 최익현을 노려본다. “내도 자존심이란 게 있는 사람이다. 내 나이 40 가까이 처무가 머리털까지 뽑히면서 봉변 당했지만서도 니 형배 친구라카이 내 이래 참는다 아이가?”라고 김판호를 몰아세운 최익현은 그의 눈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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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에서 김판호는 최형배(하정우 분)에게 제압 당하지만, 바른미래당은 상황이 다르다. 이날 손 대표는 전날 3명 최고위원들이 추가로 상정을 요청한 안건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상정하지 않겠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또 “이런 식의 정치싸움은 이제 제발 그만 했으면 한다. 당이 공멸하는 길이다. 당대표로서 최고위원 세 분께 간곡히 말씀드린다. 국민이 보는 바른미래당을 생각해주시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신환 원내대표의 반박이 이어졌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용퇴를 거부하셨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주시라”며 “당대표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은 심각한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공격했다. 또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당을 혼자 운영하겠다고 하는 반민주적인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의 사과는 ‘김판호의 사과’에 가깝다. 손 지도부 체제에 반기를 든 3인 최고위원 중 수장격을 맡은 이가 하 의원이다. 이날도 하 의원은 고개를 숙였지만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손학규 공격을 이어갔다. 이 위원은 4·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의혹을 거듭 강조했고 권 위원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통화했나”라고 손 대표에게 따져 물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반손학규’ 세력간 공방은 진행형이다. 하 의원 등이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절차상 부당하다며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이날 법원은 “신청인의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장진영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판결을 보면 하 의원 등의 주장이 전혀 이유가 없고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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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신퇴락’ 발언 관련 손학규 대표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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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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