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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토스뱅크 떨고 있니?"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살떨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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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어느새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는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척척 이용함은 물론 은행을 넘어 개인 간 거래(P2P) 금융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가 외면하던 새로운 서비스 또한 거침없이 파고든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투자 정보를 활용해 가상화폐에 과감하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낯선 분야인 만큼 시장에 '편견'이 가득하다.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조차 '내가 하는 투자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기존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에 심하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핀테크 세상에 '사이다'를 날리기 위해 매경미디어그룹에서 관련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김진솔 기자가 나섰다. 실제 핀테크 업계 현장을 누비는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금융을 시도하는 만큼 법률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왔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렀다. 서비스 이용자 관점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률 상식을 이용해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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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기자의 핀테크 로우킥(Law-kick)-9]

Q. 평일에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정신이 없는 컨설턴트 핵바쁨 씨(가명·32)는 인터넷전문은행 팬(?)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통장 개설부터 대출 신청 업무까지 뚝딱 볼 수 있어 근무시간에 눈치 보지 않고 은행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 관련 뉴스를 보던 중 자신이 자주 사용하고 있는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토스뱅크'의 인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데 이렇게 살 떨리게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게다가 키움뱅크·토스뱅크 모두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왜 유독 토스한테만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넘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일종의 '특별법'이다. 통상 은행업을 할 경우에는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보다 특례법을 우선적으로 적용받게 된다(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1장 3조).

이 같은 특혜를 주는 배경에는 경직된 금융시장에 일종의 '메기'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저소득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을 선보이는 등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실제 법률 제정·개정문을 보면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공급을 활성화하고, 경쟁의 확대로 양질의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될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해 서민, 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리단층을 해소하고, 은행 간 경쟁 촉진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하며,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등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라는 진단을 찾아볼 수 있다.

다시 조문으로 돌아가면 특례법은 제1장 총칙, 제2장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등, 제3장 건전경영의 유지, 제4장 감독 및 검사, 제5장 보칙, 제6장 과징금의 부과 및 징수, 제7장 벌칙, 총 7장으로 이뤄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시에는 자연스레 제2장인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적용받게 된다. 2장은 △최저자본금의 특례(제4조)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한도 특례(제5조)로 구성됐다.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와 같은 '제3인터넷전문은행' 허가에 관한 쟁점 역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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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최저자본금의 경우 특례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은 250억원 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일종의 특혜를 줬다. 이는 시중은행(1000억원)이 아닌 지방은행(250억원)과 같은 수준이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공통적으로 '법률상' 명시된 최저자본금 요건을 채우는 데는 무리가 없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유력 금융회사나 해외VC를 등에 업고 이 같은 요건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법률이 아닌 실무에서 발생한다. 앞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2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야심차게 출범했으나 몰려드는 금융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출상품 판매를 급작스럽게 중단하는 등 자본금 부족에 유상증자 실패가 겹쳐 난항을 겪고 있다. 즉 2500억원으로도 현실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게 증명된 셈이다. 토스뱅크는 인가 시 올해 7월까지 1000억원 규모 준비법인을 설립하고 본인가 통과 후 영업을 시작할 때는 2500억원의 자본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반면 키움뱅크는 키움증권과 모기업인 다우기술을 주축으로 KEB하나은행과 SK텔레콤 등 28개사가 주주로 구성돼 금융회사 경영능력은 물론 초기 자본금 조달 능력에서 좋은 평가가 예상된다. 토스뱅크 컨소시엄도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해 벤처캐피털인 굿워터캐피탈 등 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며 맞불을 놨지만 주주사 가운데 은행이 없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한도 역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법에 따라 시중은행은 비금융주력자가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의 한도는 전체의 4%까지로 제한받고 있지만, 특례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34%까지 가능한 것으로 요건을 완화했다. 다만 대기업의 사금고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진입은 원칙적으로 배제했다. 정보통신업 비중이 50% 이상인 ICT 비금융주력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여기서 토스를 '금융주력자'로 볼 것인지 'ICT비금융주력자'로 볼 것인지 시선이 엇갈렸다. 비금융주력자의 지분보유 한도가 적용되면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뱅크의 대주주로서 당초 계획한 60.8%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기 때문에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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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토스는 비금융주력자라 할 수 없다'고 발언하며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해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며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토스를 금융주력자로 간주하면 한도를 초과하는 주주가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비밀리에 위촉한 외부평가위원들은 오늘 오후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를 대상으로 정체 모를 장소(?)에서 합숙심사에 착수한다. 평가위원들도 전날 통보받아 일종의 갑작스러운 납치를 당한 셈이다. 평가 항목은 사업계획의 혁신성(350점)·안정성(200점)·포용성(150점)과 자본금·자금조달방안(100점), 대주주·주주구성계획(100점), 인력·물적기반(100점) 등 1000점 만점이다. 심사 기간은 2박3일로 심사가 끝나는 즉시 금융위원회가 26일 임시회의를 열어 의결·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번에 최대 2개까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줄 방침으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통과하거나 최소한 한 곳은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자면 토스뱅크의 허용 여부가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특례법에 비춰볼 때 '최저자본금'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한도' 등은 큰 장애물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사견을 밝히자면 금융위원장이 나서 토스를 '금융주력자'로 인정한 데다 기존 금융권만으로는 혁신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설립 취지상 토스뱅크가 '혁신성' 점수를 높게 받아 시범타자로서 규제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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