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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BM이 클라우드 시장에 던진 승부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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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세계의 수많은 IT 관련 기업 중에서도 IBM이 차지하는 위치는 각별하다. 1911년에 설립, 올해로 108주년을 맞이한 이 회사는 금전출납기(POS), 천공카드 기반의 초창기 컴퓨터 시스템 등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현대적인 메인프레임(대형 컴퓨터)를 선보이고 PC(개인용 컴퓨터)의 표준을 확립하는 등, 긴 역사만큼 선명한 족적을 많이 남긴 기업이다. 1993년부터 2018년까지 IBM은 무려 110,00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고 2018년에도 한 해에 9,100개의 특허를 새로 등록하는 등, 지금도 IBM은 기술력 측면에선 세계 정상급이다.

다만 선도적인 기술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하여 늘 쉽게 시장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PC시장의 경우, IBM이 처음으로 문을 열긴 했지만 이를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마이크로소프트(운영체제)와 인텔(프로세서)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요소인 AI(인공지능) 및 양자컴퓨터, 블록체인 등의 분야에서 IBM은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려 IT 생태계를 구성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활약이 더 눈에 띈다.

아마존, MS가 이미 점령한 시장, 뒤쫓는 IBM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시너지 리서치 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기준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약 34%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이며, 마이크로소프트(약 15%)와 구글(약 8%)이 그 뒤를 이었다. IBM은 구글에도 뒤진 4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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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IT 기술력이 아마존이나 MS등에 비해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해 IBM의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은 시장 진출이 늦은 편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상당수의 기업들이 클라우드가 아닌 사내 구축(온프레미스, On-premise) 방식으로 데이터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통적인 IT 생태계 시장에서 여전히 IBM의 입지가 크다는 것이 오히려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경쟁사의 틈새 노린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중심 전략

IBM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이른 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Hybrid-cloud), 그리고 멀티 클라우드(Hybrid Multi-cloud) 전략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구축 형태에 따라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구축하는 프라이빗(private cloud, 폐쇄형) 클라우드, 그리고 외부 전문업체의 공용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하는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공개형) 클라우드로 나눌 수 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구성이 자유로워 자사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구현하기에 유리하며 보안성이 높다는 점이 장점이다. 대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확보하지 많으면 오히려 효용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는 이와 정반대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이 두 가지 클라우드를 조합해 동시에 운용하며 각각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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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클라우드는 각기 다른 여러 클라우드를 동시에 이용해 효용성을 높인다는 것으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멀티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 지연 등의 장애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각 클라우드의 장점을 살린 특화 서비스도 가능하다. 이 경우는 프라이빗 + 퍼블릭 클라우드의 조합 외에, 퍼블릭 + 퍼블릭 클라우드의 조합도 가능하다.

이를 테면, 아마존과 IBM에서 제공하는 각각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한 기업에서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IT 환경을 구축한다는 의미다. 이미 타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기에 IBM의 서비스를 추가해서 이용해도 좋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지금까지를 챕터 1, 이후를 챕터 2로 규정하는 시장 확대 전략

IBM에서 제시한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전략은 시장 점유율이 낮은 기업이 택할 수밖에 없는 틈새 전략처럼 보이기도 하며 이 역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IBM은 이런 전략이야말로 업계 전반의 진정한 클라우드화, 이른 바 '클라우드 챕터 2(2단계)'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아직도 클라우드화 하지 못하고, 자체 구축 기반의 IT 환경을 가진 기업이 많다는 현실에 근거를 둔다.

실제로 IBM의 지니 로메티(Virginia Marie Rometty)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씽크 2019(THINK 2019)' 컨퍼런스에서, "챕터 1에선 전체 애플리케이션의 약 20% 만이 클라우드로 전환했지만, 향후의 챕터 2에선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 잠깐의 장애로도 치명적 손실을 부를 수 있는 요소) 애플리케이션에도 클라우드가 적용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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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기 벤켓(Meenagi Venkat) IBM 클라우드 솔루션 부문 부사장>

또한 이와 관련, 지난 5월 14일 서울에서 한국 IBM이 개최한, '글로벌 고수와 함께 하는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세미나'에 참석한 미나기 벤켓(Meenagi Venkat) IBM 클라우드 솔루션 부문 부사장은, 향후 IBM의 클라우드 전략은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 그리고 개방형 디자인과 높은 보안성을 추구하며,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원활히 제어할 수 있는 관리환경의 향상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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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클라우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IBM이 특히 강조하는 건 기존의 전통적인 환경, 혹은 기존 클라우드 환경에서 이용하던 IT 자산을 새로운 클라우드 환경에 적합하도록 마이그레이션(migration, 이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키텍처(Atchitecture, 설계 기반) 및 데이터 구동(Data Driven), 그리고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현대화(Modernization)가 필수이며, 이를 다루는 집단의 문화(Culture) 역시 현대화의 대상이다.

기업의 클라우드화를 이끄는 기술, 그리고 투자

이러한 마이그레이션, 그 중에서도 애플리케이션 현대화와 관련된 대표적인 기술이 컨테이너(Container) 및 쿠버네티스(kubernetes)다. 이는 구글에서 처음 고안한 오픈소스 기술이지만, 지금은 IBM을 비롯한 다른 업체들도 이를 받아들여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하드웨어나 운영체제가 다른 환경에서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고자 할 때, 예전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선 용도에 따라 복수의 가상머신(Virtual Machine, VM)을 설치해 구동하는 서버를 이용했다. 이는 시스템 자원을 많이 소모하는 데다, 각각의 가상머신에 포함된 운영체제의 라이선스 비용까지 일일이 지불해야 하므로 금전적인 부담도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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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컨테이너 기반 클라우드 서버는 1개의 호스트 운영체제 기반으로 구동하며,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 등의 핵심 요소로만 구성된 각각의 격리형 컨테이너 이미지에 적절한 자원을 분배하는 것 만으로 운용이 가능하다. 시스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으며, 용도별로 일일이 가상머신용 운영체제를 설치할 필요가 없이 컨테이너 이미지만 당겨와 실행하면 된다. 덕분에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의 관리 과정이 간편해지고, 운영체제 라이선스 이용도 역시 크게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쿠버네티스는 이러한 컨테이너 기반 서버를 원활하게 관리하게 위한 시스템이다. IBM의 클라우드 쿠버네티스 서비스(IBM Cloud Kubernetes Service, IKS)는 컨테이너의 자동화된 배치, 확장 및 운영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행하고자 하는 기업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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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햇 제임스 화이트허스트 대표(왼쪽)와 IBM 지니 로메티 대표(오른쪽)>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도 이루어지고 있다. IBM은 지난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강자이자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부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레드햇(Red hat)을 인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든 비용은 약 340억 달러(약 39조 원)에 달한다. 레드햇의 애플리케이션 기술 및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비롯한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켜 클라우드 역량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IBM은 강조하고 있다.

벌어진 격차, 이를 줄이기 위한 전략

이미 경쟁사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불과 한자릿수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IBM의 현재가 그러하다. 이런 상황에서 IBM은 무리하게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 보다는 시장 전체를 확대시켜 자사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클라우드를 도입한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미 타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IBM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기존의 타사 서비스에 더하여 동시 운용하기에도 적합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또한 아직 몇몇 이유로 클라우드화를 하지 못한 분야가 많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후의 클라우드화 여정을 챕터 2로 규정, 이들의 클라우드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들과 점유율 격차는 신경 쓰이지만, 현 상태에서 IBM이 내놓은 전략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영리하다. 향후 클라우드 시장에서 IBM이 자사의 이름값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할 만하다.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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