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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시시비비] 미래는 만들어가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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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 달에 149만원을 내면 제네시스 3개 모델을 매월 2회씩 바꿔 탈 수 있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라는 현대차의 자동차 구독 방법이다. 지갑이 가벼운 당신이 구독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고? 그러면 한 달에 72만원을 내는 '현대 셀렉션'은 어떤가? 그럴 경우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를 바꿔 탈 수 있다. 그런데 구독이라니? 잡지처럼 중간에 마음대로 구독을 중단하거나 연장할 수 있단 말인가? 당연하다. 혹시 운행 거리 제한이 있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자동차산업에 커다란 변혁의 물결이 오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안다. 20세기 초반에 시작된 내연기관의 시대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 뒤를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변화의 물결이 엔진에만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해일과 같은 공유 경제의 물결은 자동차 소유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필요할 때 스마트폰으로 부르기만 하면 되는데 세금과 보험료를 지불하고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있는가? 자동차를 한 대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우버가 세계 최대의 택시회사라는 것은 더 이상 아이러니가 아니다.


엔진의 변화, 공유 경제의 확산만 있다면 그나마 어깨를 추스를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거리에 나선다면 도대체 자동차산업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운전기사도 없는 전기 자율주행차가 당신의 집 앞에서 기다린다. 목적지를 이미 입력했고, 요금 역시 이미 입력된 신용카드나 ○○페이로 지불할 것이니 당신이 할 일은 목적지로 가는 동안 명상에 잠기거나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을 즐기면 된다. 비용편익 분석으로 무장한 사람에게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앞에서 말한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니 현대 셀렉션이니 하는 것은 거대한 변화가 해일로 바뀌기 전에 잠시 몸을 푸는 것에 불과하다.


이르면 10년 뒤, 자동차산업은 더 이상 제조업으로 분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해하지 말자. 현대자동차가 더 이상 제네시스나 쏘나타와 같은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때까지 현대자동차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현대차의 매출에서 제네시스나 쏘나타와 같은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30% 미만으로 줄이고 그 나머지를 구독 경제의 뒤를 이은 공유 경제 그리고 자동차를 이용한 수송 서비스 관련 매출이 차지해야 한다. 만들어진 자동차는 일반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공유 자동차를 서비스하는 기업에 대여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효율적인 전기차나 수소차의 개발은 기본이다. 돈은 벌어들일 수 있느냐고? 미안하지만 불확실하다.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플랫폼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그 플랫폼에서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는지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일반인의 소유를 위해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파는 시대, 그 하드웨어를 팔아서 돈을 버는 시대는 가고 있다.


미래는 대비하는 자의 몫이다? 틀렸다. 미래의 윤곽은 희미하게 드러나 있으니 미래는 만들어가는 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해일과 같은 변화를 기꺼이 맞이하고, 편안한 지금의 자리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포드도 이 변화에 부응하느라 7000명의 인력을 줄였다. 스웨덴에서는 2020년 자율주행차가 일반인을 태우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차.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달걀 몇 개를 얻으려고 싸우다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잃을 수 있다.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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