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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 ‘합장논란’ 더 번지기 전에 황대표가 결자해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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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른바 ‘합장 거부’ 논란이 일파만파다. 황 대표가 지난 12일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참석하고도 합장을 하지 않고, 부처님을 씻기는 의식에도 참여하지 않은 게 그 발단이다. 이에 불교계가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자 일부 개신교 단체가 반론을 제기하는 등 두 종교가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논란을 촉발한 황 대표의 행동은 그의 위치에 걸맞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황 대표는 제 1야당의 수장이자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유력 정치인이다. 그가 이날 불교 행사에 참석한 것은 한국당 대표이기 때문이지 ‘개인 황교안’ 자격이 아니다. 물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 개인의 신앙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공인 황교안’은 달라야 한다. 불교 행사에 참석했다면 최소한의 의례는 따라 주는 것이 예의고 관례다. 종교적 소신과는 무관한 일이다. 이날 행사에도 각 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많이 참석했고, 그 중 기독교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황 대표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여태것 이런 문제로 논란을 야기한 정치인은 없었다. 황 대표가 신앙적 소신 때문에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아예 그 자리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불교계가 서운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계종은 종교평화위원회 명의의 보도문에서 “나만의 신앙을 우선적으로 삼고자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한 것은 과한 측면이 있지만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불교계 유감 표시에 대한 개신교측의 대응 역시 지나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당 대표에게 종교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종교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교 지휘부가 좌파세상으로 가려한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황 대표를 옹호하려는 의도겠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태만 악화시킬 뿐 황 대표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황 대표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종교적 문제는 워낙 휘발성이 강해 자칫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불교계에 사과와 유감을 전하고 국민들에게도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개신교계의 추가적인 행동을 자제시켜야 할 책임도 있다. 황 대표 스스로도 ‘합장 파문’의 본질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큰 뜻을 품고 정치에 입문했다면 더 포용력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종교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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