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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설왕설래] 아동 결핍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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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아동 결핍지수는 아동의 성장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돼야 할 소유 상태와 서비스 및 각종 기회 충족 여부를 조사해 아동의 빈곤상태를 측정하고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유니세프가 개발한 아동 결핍지수는 ‘하루 세끼 섭취’ ‘교과서 이외 도서 보유’ 등 14개 항목 중 2개 이상의 항목에 ‘아니요’라고 답변한 아동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결핍 수준이 심각함을 의미한다.

아동 결핍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는 네덜란드다. 다시 말해 아동 행복지수 1위다.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의 저자 리나 메이 아코스타와 미셸 허치슨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미국, 프랑스 등에 비해 덜 경쟁적이며 아동들이 가족·친구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는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여성 4명 중 3명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5세에서 55세까지 80%를 넘나든다. 27%가 시간제 근로자인 남성 역시 육아에 적극 동참한다. 그래서 부모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이를 집에서 돌볼 수 있다.

지난해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결핍지수는 31.5%로 집계됐다. 2013년의 54.8%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럽연합(EU) 29개국 가운데 헝가리(3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식사·의류·인터넷 등 물질적 결핍에선 응답률이 낮았지만 여가활동·가족행사·친구 초대 등 사회관계에 대한 결핍이 높았다. 아동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하루 48분으로, OECD 평균인 2시간30분에 비해 한참 적었다. 이런 연유로 지난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6.6점으로, OECD 회원국 평균(7.6점)을 크게 밑돌았다.

저출산 위기의 원인으로 낮은 임금과 불안한 일자리, 날로 치솟는 주거비·교육비·양육비 등이 꼽힌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사회가 조성하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일 것이다. 정부가 어제 가정 내 체벌금지, 아동 놀이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포용국가 아동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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