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풍도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라고 말조심을 당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사회지도층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조심해야 한다. 여야 간에도 할 말, 안 할 말 가려야 한다. 금도(襟度)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는 말을 조심하라며 “사람은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人不可以口業取快於一時 予雖於僕御之賤 未嘗以這漢那漢呼之也).”고 가르쳤던 것이다.
이에 앞서 공자는 품격 있는 말을 군자의 필수덕목으로 삼을 정도였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남용이 백규란 내용의 시를 하루에 세 번 반복하니 공자가 자신의 형님의 딸을 그에게 아내로 삼도록 했다(南容三復白圭 孔子以其兄之子).”
남용은 공자의 제자이고, 그가 반복한 시는 ‘시경’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다. “흰 구슬의 티는 오히려 갈 수 있지만, 말의 흠은 어찌할 수 없네(白圭之? 尙可磨也 斯言之? 不可爲也).” 남용이 이 내용을 하루 세 번 반복할 정도이니, 그가 얼마나 말을 조심스럽게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근래 정치권에서 막말이 줄을 잇고 있어 개탄스럽다.
불교 ‘잡보장경’의 무재칠시(無財七施·재산 없어도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에 “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상대방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한다”는 ‘언시(言施)’가 들어 있다. 그렇다. 지혜로운 혀는 세상을 선하게 하고, 어리석은 혀는 제 몸을 베는 법이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으라는 경구도 그래서 나왔다. 말은 인격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閉口深藏舌 :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라는 내용으로 말조심하라’는 뜻.
閉 닫을 폐, 口 입 구, 深 깊을 심, 藏 감출 장, 舌 혀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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