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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자유롭지 않은 선수들 자유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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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에이전트(Free Agent)’. 흔히 자유계약선수라 불리는 FA제도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975년 처음 생겨났다. 이전까지는 구단의 보류권(다음 시즌에도 선수와 독점적인 계약을 할 수 있는 권리)만 인정됐기에 선수들이 권리 찾기에 나섰고, 결국 일정기간 활약한 선수에게 자유로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 FA제도다. 대신 원소속구단 보호를 위해 FA 대상 선수가 자격을 얻기 전까지 다른 구단의 사전접촉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FA는 이제 프로스포츠라면 당연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거액의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겨진다. 구단 입장에서도 전력 보강의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매년 종목별 FA 협상 기간이 되면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도 프로농구 FA 김종규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원소속구단 창원 LG가 역대 최고액인 12억원의 몸값을 제시했음에도 김종규가 이를 거부하자 LG 측이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 중 다른 구단에서 김종규에 사전접촉을 한 정황이 있다며 KBL에 제소한 것이다. KBL은 증거불충분을 들어 LG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김종규는 결국 지난 20일 원주 DB와 프로농구 최초로 보장연봉 10억원 시대를 열면서 총액 12억7900만원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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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하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프로농구 FA제도의 맹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원소속구단 우선협상제도의 폐지 목소리가 높다. 원소속구단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우선협상 기간이라는 것 자체가 FA제도의 본질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사전접촉을 잡아내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프로야구에서는 2017년 FA 대상자들부터 우선협상제도를 폐지해 FA 신분을 얻는 순간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프로야구 FA제도도 개선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 보상선수와 보상금 등 원소속구단 보호를 위한 과도한 규정들이 FA 이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는 연령과 연봉에 따라 보상규정을 달리하고 있는 프로농구가 좀 더 앞서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약간의 제도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통점은 웬만하면 선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구단들의 욕심이 제도 안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이라는 확립된 프로토콜을 지켜야 하는 프로축구를 제외한 한국의 모든 프로스포츠 종목에서는 영입 경쟁이 벌어지는 스타급 선수가 아닌 이상 FA 선수들은 각종 규정 탓에 자유롭지 못한 자유계약에 나서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정말 FA 선수들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 대신 원소속구단의 권리를 보호할 합리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일례로 지금은 금지돼 있지만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에서도 미국처럼 FA 대상 선수에 대해 원소속구단이 시즌 중 연장계약 협상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 권리는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 시즌 내내 우선협상 기간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대신 FA 등급제나 보상규정 완화 등을 통해 FA 선수들이 진짜 자유로운 신분이 돼야 FA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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