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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고] 브렉시트와 중국의 일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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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43년간 몸담았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는 영국인의 뿌리 깊은 반유럽 정서와 정체성의 위기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유로존 재정위기, 시리아 내전이 촉발한 난민문제, 동유럽 국가로부터 대거 밀려온 불법이민자 문제, EU로부터 이주자의 급격한 증가가 영국의료보험 초과지출 문제와 경제문제로까지 확대된 결과이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가져올 나비효과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잉글랜드은행은 이자율을 0.5%에서 0.25%로 낮추었고, 파운드화는 평가절하로 외환으로서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게 됐다. 이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아직까지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투자불안으로 이어져 EU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일보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이와 같은 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급속한 중국경제의 성장과 맞물려 국내 매장량이 감소하면서 수입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고품질의 철광석 대부분은 호주와 브라질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철광석 시장에서 최대 수입국가로 부상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이 세계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각종 원자재를 사재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제조업과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철광석의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철강과 같은 기초소재의 원가 상승이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에 적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로존 경제의 불안정성은 중국의 현물투자를 부추기고 있으며, 이는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일대일로는 육·해상 신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중국의 국가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의미한다. EU의 주요국가인 프랑스, 독일 등은 경제종속을 우려해 일대일로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반면 EU 회원국 28개국 중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나라는 15개 국가나 된다. 최근 포르투갈과 이탈리아가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일대일로에 동참하는 첫번째 국가가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중국은 에너지·철강·농산물 등 분야에서 총액 25억유로(약 3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구매·투자계약을 이탈리아와 체결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이 2019년 하반기부터 약 2년간 상환해야 하는 돈이 4000억유로 정도다. 긴축이 시작되면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었다. EU 회원국 중 이탈리아와 같이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유럽국가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에 이어 EU 제3위의 분담금 기여국가였다. 브렉시트로 인해 EU는 긴축재정을 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자본의 유럽 침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경기회복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원자재값 상승, 곡물가격 상승, 이에 따른 사료값 상승 등 국내물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너무 많다.

이에 정부는 브렉시트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별개 사안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본격적으로 유럽에서 전개된다면 우리 기업이 유럽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장기적 계획하에 브렉시트와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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