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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진화의 유전적 원리, 하와이 꼬마선충에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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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팀 종 분화용 유전체 변이 발견

영국과 하와이 꼬마선충 유전체 비교

염색체 끝부분에 새로운 구조 생성돼

자연선택 적응할 다양성 사전에 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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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분화하는 과정에 진행되는 유전체 변이의 원리를 처음 규명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연구팀은 24일 “영국과 하와이에 사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 염색체 끝부분이 다른 구조로 돼 있고 이 부분에 새로운 종으로 분화할 수 있는 유전자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유전체 분야 학술지 <지놈 리서치> 이날(현지시각)치에 실렸다.

다윈은 갈라파고스섬에 사는 핀치새를 연구해 핀치새 부리 모양에 따라 진화 과정을 설명하며 <종의 기원>을 썼다. 하지만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분화하는 과정에 유전체 수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잘 밝혀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영국과 하와이에 사는 꼬마선충의 유전체를 비교했다. 영국 꼬마선충은 이미 1999년에 유전체 분석이 돼 있는 반면 하와이 품종은 고품질의 유전체 정보가 없었다. 연구팀이 긴 리드 염기서열분석법으로 하와이 꼬마선충의 유전체를 분석해 영국 품종과 비교해보니, 전체 유전자의 15%에 해당하는 약 3천개의 유전자가 구조적으로 달랐다.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가 1% 안팎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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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특히 염색체 끝부분에서 완전히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하고, 여기에서 새로운 유전자가 생겨나 진화의 소재가 될 잉여 유전자가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생명체는 근본적으로 디엔에이(DNA)로 이뤄져 있는데, 디엔에이의 총합을 유전체(지놈)라 한다. 추상적 개념인 유전체의 구체적인 모습은 염색체(크로모솜)로, 디엔에이 덩어리를 가리킨다. 염색체의 양쪽 끝(텔로미어)은 실처럼 생겨 망가지기 쉬운데, 텔로미어 연장 효소(텔로머라제)가 6개짜리 디엔에이 조각을 붙여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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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발견한 하와이 꼬마선충 염색체에서는 끝 부분 가운데 하나가 연장 효소 대신 다른 방법으로 유지 보수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6개짜리 디엔에이 대신 1600개짜리 디엔에이가 5번 반복돼 있고 게다가 20만개짜리 디엔에이가 통째로 복제돼 있었다. 이 거대한 디엔에이는 염색체 안쪽에 있던 비슷한 디엔에이가 통째로 복제돼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복제 과정에 함께 옮겨간 유전자 30여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새로운 유전자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새로운 종이 탄생하려면 유전자 수준에서 다양한 변이가 쌓여야 한다고 추정해왔는데, 실제로 유전적 변화가 생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은 채로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끝부분에서 새롭게 생긴 유전자는 아주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진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급격한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응할 수 있는 요긴한 유전적 자원으로 활용돼 진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준호 교수는 “연구 결과는 자연선택이 작용할 수 있는 유전적 다양성과 변이가 축적되는 진화의 현상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이 야생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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