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2672752 0962019052452672752 05 0507001 6.0.5-RELEASE 96 스포츠서울 0

트레이드 성공비결, 인내와 준비 그리고 분석

글자크기
스포츠서울

SK 염경엽 감독이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2019 KBO리그 SK와 한화의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 5. 9.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예전부터 우리 구단 리스트에 올려둔 선수였다.”

SK 염경엽 감독은 지난 20일 KT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내야수 정현을 오래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2017년 정현이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주가를 높였을 때는 당연히 트레이드가 불가능했지만 나중에라도 상황이 맞으면 데려올 선수로 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단장을 맡은 2년 동안 언젠가는 영입해야 할 선수들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물론 나 혼자 작성하는 리스트는 아니다. SK 구단 시스템에 따라 스태프들과 의논하며 리스트가 작성되고 업데이트된다. 1, 2군 전포지션에 걸쳐 리스트를 만들었고 지금도 리스트가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 구단 트레이드 영입 대상 리스트에 정현이 들어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SK는 불과 몇 년 전 외국인야수를 내야 센터라인에 채워넣을 만큼 2루수와 유격수 층이 얇다. 올시즌 내야 센터라인에 가장 많이 배치된 김성현은 만 32세, 2루와 3루를 오가는 나주환도 만 35세다. 순발력이 생명인 내야수로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나이다. 물론 이들이 모든 경기를 책임지지는 않았다. 최항과 안상현이 부담을 나눴고 정현 트레이드 영입의 반대급부였던 박승욱도 있었다. 그런데 이들 모두 확고한 주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지난해 트레이드로 강승호를 데려왔는데 강승호가 불미스러운 일로 이탈하자 곧바로 정현을 영입했다. 2019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고교 내야수 최대어 김창평을 지명했으나 김창평이 성장하고 군복무까지 마칠 동안 시간을 벌 수 있는 내야수가 필요했다. 염 감독은 “정현은 2루와 유격수를 두루 소화할 것”이라며 “김창평은 지금 2군에서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아마 확장 엔트리 이전에 1군에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제 막 입단한 선수들을 마냥 믿고 있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적어도 군복무까지 해결한 상태가 돼야 1군 전력으로 볼 수 있다. 김창평이 군복무를 마칠 때까지 내야를 맡아줄 선수가 필요했다. 정현은 그 적임자로 보면 될 것”이라고 정현 영입을 원했던 배경을 밝혔다.

트레이드는 일종의 계약이다. 한 쪽만 움직여서는 성립되기 힘들다. 성립되더라도 급한 쪽이 막대한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 염 감독과 SK 손차훈 단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인내하며 준비했고 상대를 분석했다. KT가 투수자원이 필요한 것을 파악하고 우투수 조한욱을 트레이드 카드로 내밀었다. 내가 필요한 것만 찾는 게 아닌 상대가 필요한 것부터 제시했다. 염 감독은 “KBO리그에서 중심선수들끼리 트레이드는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백업 선수들의 트레이드는 얼마든지 성립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떤 포지션의 선수를 원하는 지 잘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SK 단장을 맡으며 노수광과 김택형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지난 겨울에는 손 단장에게 키움, 삼성을 트레이드 파트너로 삼아 고종욱을 데려와 달라고 요청했다. 노수광은 지난해 리드오프로 도약했다. 올시즌에는 김택형이 필승조, 고종욱은 주전 한 자리를 꿰차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스포츠서울

LG 김민성이 30일 잠실 kt전에서 2-1로 앞선 2회 안타로 출루해 덕아웃을 향해 세리모니를 하고있다. 2019.04.30.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난 겨울 LG 차명석 단장도 SK와 비슷한 전략으로 최대수확을 이뤘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찬바람이 부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했고 영입 경쟁자도 전무한 것을 이용해 국가대표 출신 3루수 김민성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사실상 반대급부가 없는 사인 앤드 현금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또다시 트레이드 잔혹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시켜버렸다. 차 단장은 김민성의 전 소속팀인 키움 외에도 모든 구단의 주전과 백업 선수, 그리고 육성해야할 유망주까지 꿰뚫고 있다.

스포츠서울

키움 이승호가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화와 키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이승호는 시즌 8경기 등판해 3승 0패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 중이다. 2019. 5. 14. 대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리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트레이드로 남을 수 있는 2017년 키움과 KIA의 김세현-이승호 트레이드에선 키움의 선구안이 빛났다. 당시 키움 고형욱 단장은 우승을 노리는 KIA가 마무리투수가 절실했던 것을 파악한 후 전력외 선수들을 집중분석해 이승호를 데려왔다. 고교시절부터 눈여겨보고 리스트에 올려둔 이승호를 데려올 수 있는 찬스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KIA는 김세현의 활약을 통해 불안했던 뒷문을 단단하게 걸어잠그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키움 또한 2018시즌 후반기부터 이승호를 선발진에 넣었고 이승호는 향후 10년을 책임질 선발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KBO리그도 야구인 단장시대로 접어들면서 전략과 비전을 바탕으로 한 구단 운용이 필수요소가 됐다. 이제는 단장이 주도적으로 나서 엔트리를 구성하고 구단의 미래를 그린다. 결국 미리 준비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무 것도 안 하면 중간은 간다’는 말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정말 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에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