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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바른미래당은 왜 ‘합의 이혼’을 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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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인 바른미래당은 왜 갈라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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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가 20일 국회에서 열렸다. 손학규 대표(왼쪽)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자리에 앉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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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의 내홍은 사실 어제오늘의 스토리가 아니다. 하지만 오신환 원내대표가 당선된 15일 이후 그 갈등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 면전에서 "사퇴하라"는 요구는 다반사고, "나이 들면 정신 퇴락" "당 혼자 운영하나" 등 험한 말이 여과 없이 쏟아지고 있다. 리더십의 붕괴요, 사실상 분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당은 여전히 쪼개지지 않고 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니가 가라 하와이"라며 으르렁댈 뿐, 내쫓지도 스스로 나가지도 않고 있다. 왜 이들은 갈라서지 않는 걸까. 거기엔 권력과 돈, 의석수 등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정치 공학이 도사리고 있다.

비례대표 뺏느냐 뺏기느냐
교섭단체 지위 상실의 위험은 바른미래당의 '합의 이혼'을 가로막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다. 국회법상 정당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얻으려면 20석 이상의 의석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공식적인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은 28명이다. 이중 당원권 정지인 비례대표 3인(이상돈‧장정숙‧박주현)과 활동 중단 상태인 박선숙 의원 등 4명은 바른미래당 간판만 달고 있을 뿐 실제 당 활동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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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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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24명 의원은 세 계파로 나뉜다. 호남계 9명(주승용‧박주선‧김동철‧김관영·이찬열‧김성식‧채이배‧임재훈‧최도자), 유승민계 8명(유승민‧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안철수계 7명(권은희·김중로‧이태규‧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 등이다. 현재 세력 판도는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힘을 합쳐 오신환 원내대표를 옹립한 '연합군'이 손학규 대표의 호남계 '당권파'를 몰아세우는 형국이다. 비록 '연합군'이 현재 당내에서 다수(15명)지만, 당이 쪼개지면 교섭단체 지위는 잃게 된다. 쉽게 갈라설 수 없는 이유다.

더 큰 변수는 비례대표 의원이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는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당에서 '제명' 당하면 의원직을 유지한다. 앞서 국민의당 출신 비례 3인방(이상돈·박주현·장정숙)이 지난해 초 바른미래당 통합 과정에서 민주평화당 활동을 하면서도 바른미래당을 '탈당'하지 못하고 '제명'해 달라고 요구했던 이유다.

현재 바른미래당 비례대표는 무려 13명이다. 전체 의원의 절반 가까이 된다. 연합군에선 안철수계 6명(이태규‧이동섭‧김수민‧김삼화‧신용현‧김중로), 당권파에선 최근 임명된 당직자 3명(채이배‧임재훈‧최도자)이 비례대표다.

비례대표가 많은 당 상황을 고려해 일각에선 다음과 같은 '분당 시나리오'를 제기한다. ①손 대표가 대표직을 내놓는다. ②대표직을 내놓는 대신 당권파 비례 3인과 현재 민주평화당에서 활동 중인 비례 2인(박주현·장정숙) 등을 새 지도부가 '제명'한다. ③'자유'의 몸이 된 비례 5인과 나머지 당권파 등과 함께 손 대표는 탈당한다. ④이들은 민주평화당과 합쳐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바른미래당은 '연합군'이 접수한다.

이 시나리오대로 성사되면 제3지대 새 정당은 산술적으로는 평화당 14명+ 손학규계 11명으로 최대 25석까지 가능하다. 교섭단체 지위도 획득한다.

문제는 이를 비당권파 연합군이 수용할 리 만무하다는 거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를 합하고, 다른 비례대표(이상돈·박선숙)를 더해봤자 17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빚 좋은 개살구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반대로 연합군이 비례대표를 '제명'하지 않은 채 붙잡아 둔다면, 이번엔 손 대표가 순순히 대표직을 내놓고 탈당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당을 쪼개는 과정에서 비례대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쪽은 플러스, 반대편은 마이너스가 되는 치킨 게임이 벌어진다"라며 "비례대표가 절반 가까이 되는 당 구조상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 순순히 갈라서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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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해 2월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추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열어 통합신당 PI(정당이미지) 발표행사를 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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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자산과 국고보조금
생각보다 묵직한 당 자산도 '합의 이혼'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다. 바른미래당 자산은 현재 최소 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교섭단체 유지 여부에 따라 국고보조금도 차이가 크다. 정당법상 국고보조금은 원내 교섭단체가 총액의 50%를 먼저 나눠 갖고, 의석수와 총선 당시 득표수에 따라 나머지 정당이 50%를 나눠 갖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29석이었던 바른미래당이 24억7000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반면, 비교섭단체인 평화당은 6억4000여만원을 받아 4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정당법상 분당 사태가 발생하면 당 간판을 갖고 남아있는 쪽이 자산을 모두 갖는다.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아서 버티면 자산을 다 가질 수 있으니 서로 ‘네가 나가라’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개편 협상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다른 당과의 합종연횡에서 바른미래당 간판을 갖고 있어야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연합군과 당권파 공히 "다른 당과의 통합은 없다, 기호 3번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은 연합군은 자유한국당과, 당권파는 민주평화당과 당 대 당 통합 등을 저울질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정치적 몸값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도 양측 모두 스스로 당을 나가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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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문체부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사개특위 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임재훈 의원(가운데)이 발언권을 신청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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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난제가 겹친 탓에 바른미래당은 갈라서기보다 현재와 같은 '콩가루 정당'으로 9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손 대표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재신임을 묻는 전 당원 투표와 같은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최민우·성지원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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