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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우경임]자녀 ‘체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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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귀한 자식은 매를 주고, 미운 자식은 밥을 주라.’ 명심보감 금언(金言)을 새기며 자란 부모 세대는 당혹스러울 법하다. ‘맞고 컸지만 잘 자랐다’는 경험칙에도 반한다. 정부가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친권자는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민법 조항이 부모의 체벌을 허용하는 것처럼 해석되므로 이를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자녀를 폭행한 부모를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특례법으로 처벌하려 해도 친권자의 징계권을 주장하면 형량이 줄어들기도 한다.

▷아동심리학자들은 ‘사랑의 매’는 없다고 본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체벌을 하면, 그 행동을 즉각 멈추게 할 순 있다. 그러나 아이는 체벌의 순간 공포와 아픔을 피하려는 것뿐이다. 오히려 잘못된 행동을 멈췄을 때 칭찬을 해 줘야 이를 교정할 수 있다. 부모의 감정을 배제한 ‘회초리 5대’ 같은 체벌은 괜찮지 않을까. 아니라고 한다. 지금 내가 아이를 때리는 것이 ‘아이가 게임을 하는 행동’ 때문인지, ‘아이가 게임을 해서 짜증난 나의 감정’ 때문인지 매번 이성을 붙들어 매고 분별하기 어렵다. 더욱이 체벌이 잦고 강해지면 아이는 이를 배운다. 남을 때리고도 벌을 준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세계 54개국이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스웨덴이 가장 먼저 자녀 체벌을 금지한 것이 40년 전이니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일본은 내년 4월부터 자녀 체벌 금지를 명시한 아동복지법을 시행한다. 가정교육을 이유로 아버지들의 심한 폭력으로 아이들이 잇달아 사망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체벌에 관대한 나라로는 프랑스가 꼽힌다. 몇 년 전 프랑스 출장 중에 길거리서 ‘찰싹’ 소리가 나도록 5세 안팎 아이 뺨을 때리는 엄마를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도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2017년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 중 77%가 부모였다. 체벌이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부의 난데없는 체벌 금지 방침에 부모들이 움츠러드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아이에게 꿀밤을 줘도, 엉덩이를 한 대 때려도 경찰조사를 받게 되나’ ‘아이 보고 부모를 신고하란 것이냐’ 하는 반발이 나온다. 정부는 “법상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적인 의미”라고 설명한다. 사회통념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체벌까지 일일이 처벌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아이를 때릴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음을 사회 전체가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