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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7년 갈등 승차공유…"흰 번호판 죽으면 노란 번호판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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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극 태도에 유사 택시 난무”

김현미 “업체, 월급제 약속 안 지켜”

전문가 “파격적 감차 정책 내놔야”

면허값 보상 재원 마련이 숙제

7년째 갈등 중인 승차공유 해법은
중앙일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전국택시연합회관에서 열린 '플랫폼 택시' 관련 회의를 위해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왼쪽부터),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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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공유 서비스 '타다'와 택시산업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23일 정부와 사회적대타협 기구의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주무 부처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열고 "택시월급제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다른 대책도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3월 사회적대타협으로 카풀의 시간제한과 택시 월급제 등 규제 개선이 합의됐는데, 택시연합회가 합의를 안 지키고 있다"며 "택시월급제 법안 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에 더해 "개인택시 규제 완화도 지난해부터 계속 논의하고 있으며, 개인택시 양도양수자격완화, 초고령 운전자 감차와 상응하는 지원 등 대안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택시월급제 등 법안이 통과 안 돼 진행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같은 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택시ㆍ카풀 사회적대타협 기구 참여 당사자들은 “사회적 대타협 기구 합의 이후 정부와 여당 누구도 후속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대타협기구에서 합의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출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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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의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중재해야 할 정부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정치권과 업계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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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우버가 서울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시작된 승차공유 논란은 7년째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으로 약간의 진척이 이뤄질 걸로 기대됐지만, 당사자만 승차공유서비스 ‘타다’와 개인택시 기사로 바뀐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모든 당사자 불러 모으는 합의기구 필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모든 당사자를 불러 모아서 비전을 제시하는 또 다른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워낙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는 상황에서 카풀에 국한된 합의가 이들 모두를 아우를 수 없다”며 “정부에서 기존 산업군에 속하는 택시 이해관계자와 지금 새로 사업을 하려고 하는 모빌리티 기업을 한 테이블에 앉혀 총론에 해당하는 큰 그림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큰 틀의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를 풀어 ‘노란 번호판(택시 등 영업용 차량)과 하얀 번호판(일반 차량을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의 공존 방정식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택시 업계의 반발은 국가에서 허가한 면허를 가진 택시기사들이 독점해온 시장을 모빌리티 업계가 빼앗아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노란 번호판 쪽은 가격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외관을 꾸미기도 어려운데 하얀 번호판 쪽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타다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고 있다.

마카롱 택시를 서비스하는 KST모빌리티의 권오상 전략총괄이사는 “갈등을 줄이고 혁신적 승차공유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노란 번호판을 살리는 방안을 제시하되, 하얀 번호판과 협업이 없으면 노란 번호판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도 혁신적 서비스 제공할 수 있게
즉 풍부한 공급량을 지닌 택시 업계와 IT기술력으로 무장한 기업이 결합해 택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 등을 다양하게 내놓으면서 택시가 아닌 새로운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논의 중인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출시를 위한 협의도 같은 맥락의 일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피해를 보는 기존 산업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게 정부 역할”이라며 “외관에서부터 가격까지 기존 택시에 대한 규제를 풀어 자체적으로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이들이 모빌리티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잉공급 택시 줄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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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전국택시연합회관에서 열린 '플랫폼 택시' 회동이 열렸다. 왼쪽부터 강신표 위원장,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구수영 전국민주택시 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사진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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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차 방안도 협의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논의되야 할 분야다. 과잉 공급 상태인 택시 대수를 줄이고, 남는 공간을 다양한 승차공유 차량으로 채우자는 주장이다. 다만 전국 택시의 65%에 달하는 개인택시 사업자의 경우 6000만~1억원 가량의 ‘면허 값’을 주고 개인택시 면허를 구입했다는 점이 문제다. 개인택시 면허 시세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가 감차 정책의 핵심이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22일 “정부가 파격적인 감차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공급 과잉 상태인 택시 감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개인택시 면허의 경우 사들여 소멸시키고, 법인 택시는 월급제로 전환한 뒤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법인 택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통합한 뒤 기존 사업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버스처럼 준공영제를 실시하면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적자가 날 수 있겠지만, 플랫폼 택시(승차공유 플랫폼과 연계한 택시)를 도입하고, 이후 기업 공개를 하면 큰 재원 없이도 준공영제 실시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재원 민간 조달도 검토 필요
문제는 개인택시 감차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다. 특히 국가에서 무료로 발급한 면허를 개인이 거래해 놓고 이를 세금으로 보전해줄 필요가 있냐는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3단계 입찰 방식을 제안했다.

“국가가 개인택시 면허의 거래를 허용했던 만큼 개인 잘못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국가가 총 16만개 개인택시 면허를 3차례 걸쳐 5만5000여개씩 나눠서 경매를 통해 순차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가장 낮은 가격부터 사들이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재원은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경매하는 방식으로 입찰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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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기자회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위원장이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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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갈등 중재가 중요하다. 특히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 이후 정부와 여당이 사회적대타협 기구 합의안의 국회 통과가 먼저라며 갈등 중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은 모빌리티 혁신을 지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승차공유 혁신 물결이 기존 산업의 댐을 무너뜨리고 있는데, 이를 개인의 힘만으론 막을 수 없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이동현ㆍ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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